삼성생명의 올 시즌 도전은 아쉽게 4위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줬기에 희망은 있다.
용인 삼성생명은 4일 용인체육관에서 개최된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인천 신한은행을 63-42로 크게 물리쳤다. 삼성생명(18승 17패)은 5할 승률을 넘어서며 최종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신한은행(13승 22패)은 5위를 기록했다.
▲ 여자농구에 새바람을 몰고 온 임근배 감독

임근배 감독의 첫 시즌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임 감독은 오랫동안 모비스에서 유재학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영광의 시절을 함께 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공백이 있었고, 여자프로농구 경험은 처음이었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던 것이 사실.
올 시즌 삼성생명은 달라졌다. 특히 수비가 끈끈해지며 쉽게 이기기 어려운 팀으로 탈바꿈했다. 임근배 감독은 단시간에 선수들에게 조직력을 심었다는 평이다. 임 감독은 지난 시즌 14승에 그쳤던 팀에 4승을 더 안겼다. 7라운드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을 다툴 정도로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었다.
첫 시즌을 마친 임 감독은 “한 시즌이 금방 간다. 여자농구에 대해 많이 느꼈다. 다음 시즌에 대한 방향을 잡았다. 드리블 등 기초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 다음 시즌 국내선수 수비력을 더 강화하겠다. 선수들이 해결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시즌 전 구상과 비교하면 70% 정도 맞아떨어졌다”고 돌아봤다. 임 감독은 비시즌 강도 높은 체력훈련으로 다음 시즌의 밑바탕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농구계에서 임 감독의 지도력을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이다. ‘짧고 굵게’ 연습하는 분위기와 임 감독의 온화한 카리스마는 선수단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 임근배 감독의 오랜 동반자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올 시즌 잘했다. 괜찮았다. 나도 전자랜드에서 모비스에 처음 갔을 때 7위를 했다”면서 임 감독을 격려했다고.

▲ 박하나·배혜윤·고아라, 아직 핵심선수들은 젊다
삼성생명의 가장 큰 장점은 주축 선수들이 젊다는 점이다. 여자프로농구는 세대교체의 과도기에 있다. 30대 중반 스타들이 아직 건재하지만, 곧 은퇴를 앞두고 있다. 결국 새로운 시대는 젊은 선수들이 이끌어간다. 삼성생명은 박하나(26), 배혜윤(27), 고아라(28) 등 주전 대부분이 20대로 젊은 것이 장점이다. 이들이 전성기에 접어들 시점에 삼성생명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박하나는 올 시즌 평균 10.2점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경기에 따라 기복이 있었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 하지만 터지는 날에는 위력이 대단했다. 그는 정규리그 막판 5경기서 연일 20득점 행진을 달리며 팀을 이끌었다.
선수들의 기량이 고르다는 점은 삼성생명의 강점. 반대로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해결사는 없었다. 임근배 감독은 “박하나와 고아라가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 리그 막판 4연패를 당한 것이 가장 아쉽다. 그 때 1-2경기만 잡았으면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었다. 그럴 때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를 키워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 공격력 보강·이미선 후계자 절실
삼성생명의 수비는 확실히 좋아졌다. 리바운드(39.6개, 3위)와 블록슛(4.9개, 1위) 등 수비를 드러내는 지표는 상위권을 차지했다. 문제는 공격력이었다. 올 시즌 삼성생명은 경기당 62득점으로 6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수비에 비해 답답한 공격력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잡지 못했다.
외국선수 중 공격지향적인 선수가 없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키아 스톡스는 리바운드 2위(10.1개)와 블록슛 1위(2.6개)에 올랐지만, 득점은 11위(10.8점)로 아쉬웠다. 앰버 해리스의 부상이탈도 큰 변수로 작용했다.
여자프로농구에서 외국선수와 재계약이 불가능하다. 드래프트서 전년도 선수를 다시 지명할 확률은 희박하다. 매해 새로운 선수와 계약을 맺는 셈이다. 삼성생명은 스톡스를 중심으로 한 끈끈한 수비조직력이 경쟁력이었다. 다음 시즌 변화가 필요하다.
임근배 감독은 “다음 시즌 국내선수들의 수비를 강화하겠다. 외국선수는 공격적인 선수를 뽑을 생각이다. 물론 (기회가 온다면) 키아를 다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스톡스의 수비능력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공격력 보강에 두겠다는 것이다.
여자프로농구는 국내 FA선수 영입이 쉽지 않다. 김단비나 강아정 정도는 영입해야 득점력을 단번에 보강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공격력을 갖춘 외국선수 영입은 필수적이다.

또 다른 숙제는 이미선 후계자 찾기다. 말은 쉽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이미선 같은 대형 포인트가드는 10년에 한 번 나오기가 어렵다. 삼성생명이 젊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지만, 성장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
임근배 감독은 “이미선이 1년을 더 할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본인의사가 중요하다. 시즌이 끝나고 면담을 통해 결정하겠다. 만약 이미선이 1년을 더하게 된다면, 팀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선은 “지금으로서 해드릴 말은 없다. 하지만 내가 뛰지 않더라도 팀을 이끌어갈 새로운 선수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만약 다음 시즌 뛰게 된다면 후배들을 위해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며 자세를 낮췄다.
누군가는 이미선의 뒤를 이어야 한다. 이미선이 뛰는 동안 최대한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임 감독은 “박소영, 강계리, 양지영, 최희진 등 기회가 없었던 선수들에게 충분한 경험을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