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K 프리뷰19] 전병두 심장은 여전히 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3.06 06: 35

패기의 캠프인 2군 전지훈련답게 운동장은 함성 소리로 쩌렁쩌렁 울렸다. 각자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느라 이마에는 구슬땀이 흘렀다. 그러나 딱 한 명은 그라운드 복판이 아닌, 한구석에서 튜빙 밴드와 씨름하고 있었다. 말은 없었다. 묵묵히 팔만 풀고 있었다. SK 대만 퓨처스팀(2군) 캠프에서의 전병두(32)였다.
익숙한 광경이었다. 1년 전에도, 2년 전에도, 4년 전에도 전병두는 그렇게 훈련하고 있었다. 새까만 후배들이 강화 퓨처스파크에서 땀을 흘릴 때, 전병두는 말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기구와 살다시피 했다. 운동을 시작한 지 1시간이 되어도, 2시간이 되어도, 4시간이 되어도 좀처럼 입을 여는 경우가 없었다.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게 벌써 6년차에 접어들었다.
SK 왕조의 공신인 전병두는 리그 최고의 스윙맨이었다. 선발로도, 중간으로도 뛰었다. 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랐다. 호쾌한 강속구로 상대 타자의 기를 죽여 놓곤 했다. 그러나 그 기억은 2011년 10월 6일 이후로 완전히 끊겼다. 왼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은 전병두는 '여전히' 재활 중이다. 몇 차례 재기의 청신호를 밝히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찾아온 고비를 이겨내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가장 상태가 좋았던 것은 2013년 괌 재활캠프 당시였다. 수화기 너머의 전병두는 또렷하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당시 전병두의 재활을 도운 김경태 SK 루키팀 코치는 "80% 정도까지 올라온 상황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았다"라고 떠올린다. 그러나 너무 좋았던 나머지 딱 한 번 힘을 줘 탈이 났다. 그 후로는 다시 그 당시의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잔인한 세월이었다.
하지만 '포기'가 없었다. 전병두는 다시 재활 중이다. 마운드로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루한 시간을 버티고 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진지하다. 팔꿈치 수술 후 전병두와 같이 재활을 하고 있는 서진용은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하신다.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라면서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이러한 감정은 강화에서 같이 훈련을 한 어린 후배들, 그리고 전병두를 지켜보고 있는 SK 관계자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 진심이 담긴 응원이라는 것은 이런 심정을 두고 하는 말일지 모른다.
그런 전병두가 다시 벼랑 끝을 기어오르고 있다. 지난 3일 부상 이후 처음으로 포수를 앉혀 놓고 하프피칭(전력의 절반 정도로 던지는 투구 단계)을 했다. 20개를 던졌다. 건강한 선수들은 하지도 않는 피칭이지만, 전병두의 20구는 많은 퓨처스팀 관계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평소에는 전병두와 농담도 주고받는 대만 캠프의 베테랑 선수들도 이날만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통증은 있다. 앞으로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나쁜 친구다. 폼도 아직은 엉거주춤하다. 145㎞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던졌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단도, 스스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남들 같았으면 아마 벌써 포기했을 기나긴 시간이었다. 다른 팀 같았으면 벌써 포기하고 방출했을 선수였다. 그러나 전병두는 여전히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SK도 전병두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 지루한 재활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전병두는 "야구는 내가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라고 대답했다. 다른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평범하지만 근본적인 대답이었다. 예전의 명예는 잊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절실히 달려들고 있는 전병두는 단지 야구가 하고 싶은 평범한 한 투수였다.
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전병두는 아직 마운드 위에서의 짜릿함을 잊지 못한다. 전병두는 "어느 때든, 마운드 위에 올라갔을 때가 가장 긴장됐다"라고 떠올린다. 전병두가 그 긴장감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전병두는 "그래야 하는데요"라며 미소 짓더니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숨겼던 진심을 이야기했다. 전병두의 심장은 여전히 마운드 위에서만 뛴다.
2016년 프리뷰
1군 진입, 1군 전력화 여부를 떠나 재기 여부 자체가 주목을 받는 선수다. 다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단계라 여전히 미래는 불확실하다. "빠르면 여름에 돌아올 수도 있다"라는 낙관론도 나오지만 그간 몇 차례 원점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어 속단은 이르다. 지금은 잠자코 지켜보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성실하게 훈련을 하긴 하지만 어깨의 상처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무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도 마지막 기회인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재활에 매달리고 있다. SK도 기적을 바라고 있다. 팬들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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