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내 탓이다. 나한테 문제가 있다.”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시범경기 타격 슬럼프를 두고 강하게 자책했다. 최고의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현수는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원정경기에서 3번 타자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현수는 1회초 상대 선발투수 어빈 산타나를 상대로 2구 몸쪽 공에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으나 미네소타 2루수 도지어의 정면으로 타구가 향하며 아웃됐다. 3회초에는 선두 타자로 나서 우투수 호세 베리오스에게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세 번째 타석은 4회초였다. 2사 2루 찬스에서 우투수 요만 린다의 변화구에 투수 땅볼을 쳤다.

7회초 무사 1루에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고, 2루 땅볼로 물러났다. 4-6-3 병살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으나 2루수의 유격수를 향한 송구가 높아 더블플레이는 면했다. 이후 김현수는 대주자 야스트젬스키와 교체됐다.이로써 김현수는 4경기에서 총합 1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수비에선 3회말 조 마우어의 공을 처리하며 좌익수 플라이를 만들었다. 그러나 6회말 무사 1, 2루 위기에서 센테노의 타구를 놓쳐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다음은 김현수와 일문일답.
-박병호 선수와 메이저리그에서 상대팀으로 경기를 치렀다.
▲“경기 전에 병호형과 만났는데 기분이 좋았다. 경기에 앞서 함께 잘 하자고 했었는데 아쉽다. 병호형은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만 정신차리면 된다.”
-미국에 있는 한국 선수들과 서로 조언을 나누고 있나?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호와 병호형하고 꾸준히 대화를 하고 있다.”
-첫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나왔는데 아쉽게 잡혔다. 안타가 안 나오고 있는데 아직 미국 투수들에게 적응하지 못했다고 봐야하나?
▲“적응 문제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그래서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 같다. 긴장하기 보다는 다른 쪽으로 위축된 듯하다.”
-안타가 나오면 위축된 게 감소할 것 같나?
▲“안타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못해서 아쉽다. 안타가 나오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시 찾는 게 중요하다. 내 스윙이 안 나오고 있다.”
-좌익수 수비는 어떤가?

▲“아직 더 해봐야할 것 같다. 수비도 내가 해온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내 자신이 이해가 안 된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큰 것 같다. 마인드부터 고쳐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선 이런 경험이 없었나?
▲“한국에선 이런 마음가짐 자체가 없었다. 한 두 경기 못한다고 위축된 적이 없었는데 여기선 위축되고 있다. 나는 어차피 여기에 도전하기 위해 온 것인데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이것도 내가 이겨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타격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자. 메카닉 전체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인가?
▲“메카닉보다는 밸런스가 문제다. 내가 해왔던 것을 못하고 있다. 하체부터 나와서 쳐야 하는 데 그게 안 되고 있다. 계속 안 되면서 내가 그동안 연습을 제대로 못했던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그동안 통역하는 동생이 타격 영상을 찍어주면서 나름 준비를 해왔는데 아쉽다. 그래도 타격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 낮 경기를 치르면서 리듬이 깨진 것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도 시범경기는 낮에 했다. 그것보다는 내가 너무 여기에 맞추려고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선 경기 전에 그라운드 상태도 직접 챙기고 외야 펜스도 직접 체크했었다. 여기서는 그러지 않고 있다. 멘탈이 약해지지 않았나 싶다. 아쉬운 것은 여기서 내게 다 맞춰주고 환경도 가장 좋은데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핑계로 삼으면 나는 어디서도 야구할 수 없다. 모두 내 탓이다. 나한테 문제가 있다.” / drjose7@osen.co.kr
[사진] 포트마이어스(플로리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