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머신' 이미지와 달리 역경 통해 성장
문제점 알고 있어 개막전 반등 가능성 높아
시간은 충분하다. 팀 전체적으로도 적응을 돕기 위해 움직인다. 스스로를 명확히 돌아보고 있는 만큼, 언제든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깊은 침묵에 빠져 있다. 김현수는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원정경기에서 3번 타자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로써 김현수는 시범경기 4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김현수는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못해서 아쉽다. 안타가 나오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시 찾는 게 중요하다. 내 스윙이 안 나오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김현수는 더 강하게 자신을 자책했다. 김현수는 “나는 어차피 여기에 도전하기 위해 온 것인데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이것도 내가 이겨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멘탈이 약해지지 않았나 싶다. 아쉬운 것은 여기서 내게 다 맞춰주고 환경도 가장 좋은데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핑계로 삼으면 나는 어디서도 야구할 수 없다. 모두 내 탓이다.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어쩌면 지금의 고전이 김현수에게는 너무 낯선 상황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김현수는 KBO리그에서 만 20세에 타격왕을 차지했다. ‘타격머신’이란 별명처럼 타고난 타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김현수는 지금까지 결코 평탄한 길을 걷지 않았다.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않으면서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단했다. 프로 입단 3년차 만에 팀의 주축으로 올라서며 모두를 놀라게 했으나, ‘홈런타자’를 목표로 삼으면서 잠실구장이란 벽과 마주했다. 한국시리즈에선 결정적 순간 상대 수비 시프트에 걸려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포기는 없었다.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매년 더 나은 타자가 됐다. 컨택과 장타력의 사이에서 오랫동안 방황하다가 정답을 찾았다. 지난해 개인 통산 최다 타점과 홈런을 기록하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김현수는 지금도 자신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김현수는 타석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를 두고 “내가 해왔던 것을 못하고 있다. 하체부터 나와서 쳐야 하는 데 그게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현수는 이날 경기 7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상체만 움직이며 스윙했고 2루 땅볼로 물러났다. 2루수의 정확한 송구가 있었다면 더블플레이가 될 만큼 타구의 질이 좋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김현수가 자신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모습이 아쉽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많다. 충분히 자신의 것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구단도 김현수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려고 한다. 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독은 “5월 중순이 되면 김현수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덧붙여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를 시범경기 기간 동안 꾸준히 출장시킬 생각이다. 최대한 많은 타석을 소화하고 수비범위는 어떤지 체크하겠다”며 시범경기 출장으로 김현수의 적응을 도울 뜻을 보였다.
쇼월터 감독의 구상대로라면, 김현수는 앞으로 적어도 20경기 이상을 출장한다. 김현수는 좌절 속에서도 “타격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정규시즌 개막까지도 아직 한 달이 남아있다. 바닥을 찍은 만큼, 올라갈 일만 남았다. 자신의 스윙을 찾고, 좋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됐을 때 대반전이 시작될 것이다. / drjose7@osen.co.kr

[사진] 포트마이어스(플로리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