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연승 신화’ 최태웅 감독 “긍정의 힘 얻었다”(일문일답)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3.06 16: 16

V-리그 최다 18연승 신화 창조
선수 은퇴식에서는 눈물 쏟아
 사령탑으로 첫 시즌에 신화를 창조한 최태웅 감독(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이 여러 감정들이 뒤섞인 눈물을 쏟았다.

현대캐피탈은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6라운드 우리카드 한새와의 경기에서 3-0(25-16, 25-21, 25-17)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현대캐피탈은 28승 8패, 승점 81점이 됐고, 18연승을 달성해 삼성화재가 지난 2005~2006, 2006~2007 시즌에 걸쳐 이룩했던 17연승의 벽도 넘어서는 신기록을 창조했다.
경기 후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우승과 18연승을 기념하는 세리머니를 준비했는데,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 최태웅 감독의 깜짝 은퇴식도 있었다. 현역 시절 명 세터였던 최 감독은 양복을 입은 채로 선수들에게 볼을 토스하기도 했다. 가족들이 모습을 보이자 최 감독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세리머니 직후 인터뷰실에 등장한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색깔을 만들어준 선수들이 대견스럽다. 18번 이기기 쉽지 않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슬기롭게 대처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오늘 스트레스가 좀 풀렸으면 한다. 하지만 아직 챔피언결정전이 남아 있으니 스트레스 좀 더 받아도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최 감독과의 일문일답.
은퇴식은 알고 있었나?
- 여기(배구장) 오고 나서 들었다. 큰 아이가 오늘 오지 못했다. 가족들도 모르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은퇴식 도중 가족을 보고 눈물을 흘렸는데?
-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가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주실 정도로 많이 도와주셨다. 배구계에서 내 아버지를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로 잘해주셨는데 난 불효자다. 그래서 눈물이 난 것 같다
선수 시절에도 운 적이 있었나?
- 지난 시즌 안산에서 경기를 하고 나서 라커룸에서 운 적이 있다. 당시 팀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선배로서 잘 하지 못해 라커룸 화장실에서 울었다. 배구를 시작하고 라커룸에서 운 것은 처음이었다.
이번 시즌 중 가장 힘들었을 때는?
- 전반기에 3연패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우리 팀 색깔을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 것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 같다. 신뢰를 만들 수 있게 선수들을 이끌어준 주장 문성민, 여오현 (플레잉) 코치 등의 조화가 잘 맞은 것 같다.
개막 이전 미디어데이에서는 우승호보로 꼽히지 않았는데 어땠나?
- 리그 시작 전 연습경기에서 승률이 3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승후보로 지목되지 않았는데, 자존심이 상했지만 사실 마음은 편했다.
정태영 구단주는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 처음 부임했을 때 너무 자신 없어 했더니 구단주께서 본인도 ‘40대에 사장이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막상 닥치니 하게 되더라. 마흔은 적은 나이가 아니다. 최 감독도 할 수 있으니 해봐라’라고 하신 것이 자신감이 됐다.
선수들이 잘할 수 있게 된 비결은?
- 긍정의 힘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선수들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코트에 들어가면 선수들이 위축되어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경향이 많았다. 선수들이 잘할 수 있게 하는 게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내 배구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그 안에서 선수들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고정관념을 깨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게 깨지고 나니 긍정의 힘을 얻게 됐다. 지금은 지고 있을 때도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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