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처럼 완전히 스윙 메카닉이 무너진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투수와의 싸움에서 타이밍이 맞지 않고, 선구안도 흔들리고 있다. 볼카운트도 매번 불리하게 몰리며 수렁이 깊어지고 말았다.
김현수는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젯블루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그레이프푸르츠리그 원정경기에서 4번 타자겸 좌익수로 출장,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김현수는 1회초 1사 1, 2루 첫 타석에서 우완 선발투수 클레이 벅홀츠를 상대했다. 플래허티와 레이몰드의 더블스틸로 1사 2, 3루가 됐는데 김현수는 벅홀츠의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두 번째 타석은 2회초 1사 만루였다. 우투수 호르헤 마빈을 상대한 김현수는 포수 플라이로 물러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침묵은 세 번째 타석에서도 계속됐다. 김현수는 4회초 2사 2루에서 우투수 맷 반스와 마주, 긴 승부 끝에 패스트볼에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이로써 김현수는 시범경기 기간 16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다. 일단 이날 보스턴전에선 지난 6일 미네소타전보다는 스윙이 잘 돌아갔다. 문제는 타이밍.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에 배트가 늦게 나가며 파울이 나오곤 했다. 뒤로 향한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조금만 타이밍이 빨랐다면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이날 경기 내내 히팅포인트가 지나치게 뒤에 머물러 있었다.
세 타석 모두 새로운 투수를 상대하면서 마주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김현수는 1회초 첫 타석에선 클레이 벅홀츠를, 2회초 두 번째 타석에선 호르헤 마빈을, 4회초 마지막 타석에선 맷 반스와 붙었다. 벅홀츠의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마빈에게는 공략할 수 있는 공이 왔으나 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반스에게는 스탠딩 삼진으로 허무하게 덕아웃을 향했다.
김현수는 평소 투수와의 대결을 어떻게 준비하나는 질문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당일 경기에 들어가 덕아웃에서부터 타이밍을 잡아가는 스타일이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투수는 KBO리그 투수보다 공이 빠르며 디셉션(투구시 공을 숨기는 동작)에도 능하다. 킥을 통해서 타이밍을 빼앗는 투수는 KBO리그보다 적지만, 상체를 비틀어 던지는 유형의 투수가 많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크게 변화를 주는 것은 마이너스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병호는 첫 경기 이후 의도적으로 스윙을 짧게 하며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타이밍을 맞춰가고 있다. 스스로 “KBO리그 투수들보다 확실히 공이 빠르고 공의 변화가 심하다”며 스윙을 짧게 가져간 이유를 전했다. 미네소타 폴 몰리터 감독 또한 “박병호가 짧은 스윙을 보여주면서 드라이브된 타구도 나왔고, 타구 방향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상, 빠른공에 대처하기 위한 메카닉 조정은 불가피하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의 고전이 김현수에게는 보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 drjose7@osen.co.kr

[사진] 포트마이어스(플로리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