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대표팀에서 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가대표센터 양지희(31, 우리은행)가 첼시 리(27, KEB하나은행)를 보고 느낀 첫 인상이다.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이 여의도 63빌딩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됐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상은 역시 정규리그 MVP였다. 양지희는 동료 임영희와 박혜진을 제치고 생애 첫 MVP의 영광을 안았다. 우리은행은 4년 연속 MVP(2013 임영희, 2014-15 박혜진)를 배출했다.

첼시 리도 만만치 않게 주목을 받았다. 첼시 리는 계량부문에서 득점상, 2점 야투상, 리바운드상을 휩쓸었다. 아울러 첼시 리는 리그에서 가장 공헌도가 높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윤덕주상, 신인상, 베스트5까지 6관왕으로 시상식을 휩쓸었다.
기자회견장에 양지희와 첼시 리가 나란히 들어서 소감을 전했다. 4연패를 노리는 우리은행에게 첼시 리가 버틴 KEB하나은행은 큰 도전자로 떠올랐다. KEB하나와 KB스타즈는 오는 10일부터 플레이오프서 결승진출을 다툰다.
양지희는 첼시 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두 팀이 챔프전에서 붙는다는 가정 하에 양지희에게 질문을 던졌다. 양지희는 “이 친구가 워낙 힘이 좋다. 내가 옆에 가도 소용이 없다. 난 외국선수를 막을 것이다. 우리 팀은 일대일보다 팀 수비를 많이 한다.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막겠다. 우리는 외국선수도 키가 작다. 구멍 없이 하도록 모두 2인분씩 뛰어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첼시 리가 특별귀화 절차를 통해 대표팀 합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한국이 오는 7월 올림픽 최종예선을 통과하려면 그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 첼시 리는 “시즌이 끝나면 국가대표로 뛸 기회를 보고 싶다. 기대가 된다”며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양지희는 “사실 하나외환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첼시가 혜성 같이 나타나 팀을 상위권에 올려놨다. 대단하다. 힘이 워낙 좋다. 같이 대표팀에 나가길 기다렸다. 항상 대표팀 골밑이 신장도 작고 힘도 부족하다. 작년에 (아시아여자선수권에서) 안 좋은 성적을 안고 왔다. 언젠가 (첼시 리와) 같이 뛰길 희망한다. 뛰게 된다면 그 자리가 영광스러울 것 같다. 리가 2년 안에 귀화하지 않을까?”라고 소망했다.
첼시 리 역시 양지희에 대한 첫 인상이 남달랐다고 한다. 리는 “양지희가 농구를 터프하게 하더라. 양지희가 하는 걸 처음 봤는데 수비, 득점, 리바운드 등 모든 걸 혼자 다 하더라. 샤데에게 ‘쟤 누구야?’라고 물어봤는데 ‘원래 잘하는 선수야’라고 하더라. 우리은행 팀 전체가 대단하더라. 양지희는 쉬지도 않고 경기 내내 뛰더라. 양지희는 우리은행의 심장과 같은 존재다. 나도 양지희와 대표팀에서 같이 뛰어보고 싶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첼시 리의 뜻하지 않은 칭찬에 양지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혔다. 과연 두 선수가 나란히 ‘TEAM KOREA’로 가슴에 태극기를 새기게 될까.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