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땐 놀고 훈련은 혹독하게.’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지도철학이 빛을 발하는 이유다.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이 여의도 63빌딩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됐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를 빛낸 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그 중에서도 정규리그 4연패의 주역인 우리은행이 시상식에서도 돋보였다.
양지희는 생애 첫 MVP를 수상한데 이어 블록상까지 타며 2관왕에 올랐다. 외국선수상은 쉐키나 스트릭렌에게 돌아갔다. 우리은행은 베스트5에 박혜진, 임영희, 스트릭렌 무려 3명이 포함됐다. 임영희는 3점야투상까지 받았다. 이 모든 것을 지휘한 위성우 감독은 4년 연속 지도상을 수상했다. 그야말로 우리은행을 위한 시상식이었다.

재밌는 것은 우리은행 선수들의 수상소감마다 위성우 감독에 대한 원망이 꼭 빠지지 않았다는 점. 양지희는 위성우 감독과의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감독님이 처음에 너무 무섭고 훈련을 혹독하게 시켰다. 처음에는 바늘로 찔러도 피도 안 나올 것 같았다. 선수들이 ‘정말 찔러보자!’고 할 정도였다. 감독님이 코트 바깥에서 말을 걸면 선수들이 ‘이 사람이 왜이래?’하면서 정색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쉐키나 스트릭렌 역시 우리은행의 엄청난 훈련량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외국선수상을 받은 뒤 “나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극한까지 밀어붙인 위성우 감독에게 감사드린다. 감독님 덕분에 실력이 향상될 수 있었다”며 디스 같은 칭찬을 했다. 위 감독은 시즌 내내 스트릭렌을 호되게 다루며 기싸움을 펼쳤다.
위성우 감독은 풀어줄 때는 확실히 풀어주는 남자였다. 양지희는 “운동장 바깥에서 정도 많은 분이다. 우승여행 갔을 때 가장 가까이서 대화를 많이 했다. 장난도 쳤다. ‘이 정도로 따뜻한 남자였나’했다. 감독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제는 훈련량도 우리에게 믿고 맡기는 부분이 있다. 작년부터 감독님과 장난도 치고, 힘들면 힘들다고 쉬게 해달라고 한다. 편해졌다”며 웃었다.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위성우 감독이었다. 위 감독은 우승공약을 묻자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휴가다. 아무리 내가 잘해줘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올해 우승하면 선수들이 쉬고 싶은 만큼 한 번 쉬어주겠다”고 강력한 공약을 펼쳤다.

듣고 있던 박혜진과 양지희의 표정이 밝아졌다. 양지희는 “시즌이 끝나고 혜진이와 나는 국가대표팀에 소집된다. 감독님이 국가대표팀 복귀 뒤에 따로 휴가를 챙겨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