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기 전까지 모르는 최진철호의 베스트11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6.03.08 05: 20

포항 스틸러스에 긍정의 경쟁 바람이 불고 있다.
올 시즌 포항은 허리띠를 잔뜩 졸라맸다. 핵심 요원인 김승대(옌볜 FC), 고무열(전북), 신진호(서울) 등이 팀을 떠났다. 외국인 선수는 라자르 단 한 명 뿐이다. 최진철 포항 신임 감독은 독특한 경쟁법을 꺼내들었다. 선수단 버스가 송라클럽하우스서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30분 전 선발 라인업을 공개한다. 전임 황선홍 감독이 경기 전날 발표했던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난 7일 K리그 클래식 개막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만난 최 감독은 "선수들이 '나는 경기에 나갈 수 있다'라는 생각을 지양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명단은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프로라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만의 무한 경쟁법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지난 시즌 백업 요원이었던 심동운은 하노이 T&T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서 프로 첫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핵심 공격수로 떠올랐다. 이후 광저우 에버그란데, 우라와 레즈전서 연이어 중용을 받으며 활약했다. 젊은 유스 출신 선수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정원진이 주인공이다. 우라와와의 ACL 조별리그 2차전서 프로 무대에 데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예년보다 일찍 시즌을 시작한 포항은 3경기 연속 무패(2승 1무)의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최 감독은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도 의식을 바꿔야 한다. 나에게 어느 정도 준비성을 보여달라고 주문한다"면서 "선수들은 어떻게 발전할지 모른다. 원진이가 다음 경기에 120%를 보여줄 수도 있고, 메시처럼 펄펄 날 수도 있다.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해야 한다"고 자신의 철학을 분명히 했다.
포항의 올 시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최전방이다. 울산에서 이적해 온 양동현과 최호주가 있지만 아직 기대 만큼은 아니다. 최 감독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했다. 하노이전서 우측 날개로 부진했던 라자르를 광저우 원정길에 동행하지 않는 대신 우라와전에 본업인 최전방 공격수의 중책을 맡겼다. 간절했던 라자르는 훨훨 날았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로서 제 몫을 다했다.
최 감독은 "라자르를 광저우 원정에서 제외해 정신력을 끌어 올리려 했다. 우라와전은 내가 본 라자르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경기였다"면서 "라자르는 측면 자원은 아닌 것 같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활용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팀의 핵심 미드필더인 손준호도 신임 사령탑의 경쟁법에 긍정을 노래했다. "감독님은 버스 출발 30분 전에 베스트 라인업을 알려주신다. 누가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착실하게 몸관리를 해야 한다. 나도 베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해 매경기 최선을 다한다."
올 시즌 가시밭길이 예상됐던 포항이지만 수장의 남다른 경쟁법으로 장밋빛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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