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시련을 이겨낸 김민구(25, KCC)가 중요한 무대서 조커로 떠올랐다.
추승균 감독이 이끄는 KCC는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 KGC와 홈경기에서 80-58로 승리를 거뒀다. 1차전을 가져간 KCC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변수는 김민구였다. 1쿼터 교체로 출전한 그는 점프슛을 터트리며 슛감각을 찾았다. KGC의 추격조짐이 있었던 2,3쿼터 김민구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 3방을 터트렸다. 김민구의 코너 3점슛이 터지면서 KGC의 수비가 완전히 궤멸됐다. 김민구는 3점슛 3개 포함, 11점을 터트렸다. 과거처럼 혼자 경기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지만, 팀에 분명 도움이 되는 플레이였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김민구는 KCC의 전력감이 아니었다. 지난해 8월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추승균 감독은 “김민구는 아직 신경이 회복되지 않았다. 보조기를 차지 않으면 걷기도 힘들 정도다. 올 시즌 D리그에 내보내며 기량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선을 그었다. 1군에서 뛰는 그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김민구는 파란만장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KBL은 재정위원회를 소집하고 지난 2014년 6월 7일 음주운전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김민구에 대해 경고 조치와 함께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경기출전금지나 벌금은 없었다.
김민구는 불과 나흘 뒤 SK와의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봉사활동 징계를 이수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민구는 3쿼터 코트에 섰다. 그는 3점슛 하나 포함, 8점, 3리바운드로 활약했다. 경기 후 추승균 감독은 김민구의 봉사활동에 대해 “차차 나중에 하면 된다”고 말해 파장을 키웠다. 팬들은 징계를 모두 이수하지 않은 김민구의 출전을 용서하지 못했다. 온갖 비난이 뒤따랐다. 결국 김민구는 출전을 중단하고 봉사활동부터 이수했다.
죗값을 치렀지만 기량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김민구는 11월 3일 D리그 개막전에서 34분을 소화하며 19점, 1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음주운전 사고로 다친 오른쪽 발목이 아직 정상은 아니었다. 김민구는 오른쪽 다리를 약간 끌며 뛰었다. 경기 중 체력이 떨어져 수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민구는 자주 힘들어했다. 하체가 부실하다보니 밸런스가 맞지 않아 외곽슛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11월 15일 두 달 만에 1군에 돌아온 김민구는 10여분을 뛰면서 1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2점슛 하나와 3점슛 두 개를 던졌으나 모두 실패해 득점은 없었다. 그의 활약은 크지 않았지만 1군 복귀에 의미가 있었다. 김민구는 올 시즌 27경기에 출전해 평균 10분 10초를 뛰며 3.0점, 3점슛 31.5%를 기록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비로소 김민구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민구의 활약에 추승균 감독도 고무됐다. 그는 “김민구의 회복속도는 나도 놀라울 정도다. 병원에서도 ‘이런 경우가 없었다’며 놀라워한다. 처음에 발목이 ‘까딱까딱’ 하는 것도 되지 않았다. 지금은 신경이 많이 돌아왔다. 엄지발가락에만 감각이 없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민구는 2013 아시아선수권 베스트5에 선정되며 한국농구의 미래로 불렸다. 그가 시련을 이겨내고 기량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김민구는 이제 플레이오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조커로 떠올랐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