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농구는 선수가 한다, 희비 교차한 KCC와 KGC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03.08 06: 39

감독과 코칭 스태프는 한 경기의 결과를 위해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한 후 공략법과 대비책을 내놓는다. 정규리그도 그런데 아무렴 플레이오프(PO)는 어떨까. 그러나 결과를 모두 가져오는 건 아니다. 완벽한 공략법과 대비책을 준비해도 코트에서 뛰는 건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준비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공략법과 대비책은 무용이 된다.
지난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안양 KGC의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PO가 그랬다. 4강 PO에 직행해 2주의 시간이 있었던 KCC는 물론 6강 PO에서 서울 삼성을 3승 1패로 꺾고 올라온 KGC 모두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만큼 상대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했다. 하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 KCC는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친 만큼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반면 KGC는 상대 주득점원 안드레 에밋을 막기 위한 대비책을 따로 마련했다.
▲ 에밋 대비책, 5분도 못 버텼다

KGC 김승기 감독은 에밋을 오세근으로부터 시작되는 수비로 막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에밋이 힘이 좋다. 양희종을 붙여도 힘으로 밀고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오면 파울까지 내주기도 한다. 그래서 시작부터 안 주려고 한다"며 힘이 좋은 오세근으로 맞대응을 한 뒤 더블팀으로 도와 득점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KCC는 개의치 않았다. KGC의 카드에 대해 짐작은 했지만 파훼법을 딱히 준비하지 않았다. 에밋이 잘 안다는 것이다. KCC 추승균 감독은 "에밋은 정규리그 때 더블팀을 많이 당했다. 심지어 트리플팀까지 나왔다. 매 경기 그랬다. 적응은 이미 됐다. 자기가 더 잘 알고 있다"며 에밋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신뢰를 표했다.
결과적으로 에밋은 KGC의 대비책을 1쿼터 시작 후 5분도 되지 않아 무너뜨렸다. 에밋은 오세근을 힘으로 상대하지 않았다. 오세근이 약간의 간격을 벌리자 바로 3점슛을 던졌다. 3점슛 2개와 2점슛 1개가 연속으로 터졌다. 결국 KGC는 에밋을 마리오 리틀로 막게 했다. 김 감독은 "세근이가 이해를 제대로 못했다. 슛을 주지 말라고 했는데 느슨하게 했다. 슛을 주는 수비를 해버렸다"며 계획이 무산된 이유를 설명했다.
▲ 계산에 없던 찰스 로드의 과다 의욕
에밋을 막지 못했다고 KGC가 무너진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80-58의 결과는 너무 좋지 않다. KGC도 에밋을 막는다고 해도 20점 정도는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날 에밋의 득점은 27점. 김승기 감독은 시작부터 계산대로 되지 않은 이유로 로드를 꼽았다. 김 감독은 "로드가 시작부터 의욕이 너무 앞섰다. 자기가 넣어서 이기려는 마음이 앞섰다"고 말했다.
김승기 감독은 에밋의 활약이 로드를 자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에밋의 슛이 들어가면서 자기도 슛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시작부터 밀리니 끝까지 밀렸다"고 전했다. 이날 로드는 3점슛 2개를 던졌는데, 모두 1쿼터에 던졌다. 에밋은 1쿼터에만 3점슛 3개를 던져 모두 넣었다. 반면 로드는 1개도 넣지 못했다.
KGC는 2쿼터와 3쿼터에 국내 선수의 득점이 4점에 그쳤다. 이 또한 로드 때문이다. 김 감독은 "1쿼터부터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삼성전에서 로드로 인해 외곽 찬스가 나왔는데 오늘은 안 됐다. 로드가 자기가 슛을 넣으면 하승진이 밖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오늘 경기가 잘 되면 로드의 공이라고 하려고 했다. 그런데 흥분해서 해야할 것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했다. 전주 원정에서 항상 그러는 바람에 졌다. 오늘도 똑같았다. 2차전에서는 로드가 중심을 잡아주면 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승부수 없었지만 계획대로 진행된 KCC
승부수는 없었다. '정규리그와 같이'가 KCC의 계획이었다. KCC는 최고의 득점원 에밋이 제 몫을 해주고, 하승진이 골밑을 지켜준다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예상대로였다. 에밋이 27득점 8리바운드, 하승진이 15득점 16리바운드를 올렸다. 에밋은 자신을 막으려는 KGC의 수비법을 예상대로 무너뜨렸고, 하승진은 KGC와 높이 싸움에서 압도했다.
경기 전 추 감독은 "정규리그와 바뀐 것이 크게 없다. 1~2가지만 변화를 주었다. 14일을 준비했지만 크게 바꾸려고 하니깐 기존의 것이 없어질 것 같아서 수비 패턴 조금만 변화를 주었다"고 설명했다. 시즌 막판 12연승을 달리며 정규리그 1위를 달성한 선수들은 추승균 감독의 믿음과 기대대로 움직이며 1차전 기선 제압의 바탕을 만들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주=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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