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4, 시애틀)가 화끈한 홈런으로 무력시위를 했다.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 가운데 왼손 투수를 상대로 한 홈런이라는 점은 더 큰 전략적 가치가 있다.
이대호는 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6-10으로 뒤진 8회 선두타자로 나서 좌완 맷 레이놀즈를 상대로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1B-2S로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85마일(136.8㎞)짜리 빠른 공을 받아쳐 큼지막한 홈런을 날렸다.
이날 시애틀은 주전 1루수인 아담 린드가 선발 출장했고, 이대호는 6회부터 대수비에 나서 컨디션을 점검했다. 미리 예정된 교체였다. 이대호의 첫 1루 수비이기도 했다. 수비에서 몇 차례 타구를 깔끔하게 정리한 이대호는 8회 첫 타석에서 시원한 아치를 그렸다.

또 다른 의미는 홈런을 친 상대가 좌완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시애틀의 주전 1루수는 아담 린드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미 MLB 무대에서 장타력을 과시한 선수다. 린드를 당장 밀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린드는 좌완 상대 타율이 극악인 선수다. 이에 시애틀은 이대호를 비롯, 우타 1루수 플래툰 후보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이대호를 영입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좌완의 공을 받아쳐 홈런을 쳤다는 점은 시애틀 구단에 주는 의미가 크다. 현재 구단이 생각하고 있는 임무를 이대호가 완벽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다. 실제 시즌에 들어가면 상대의 좌완 계투 요원에 대비해 이대호가 린드를 대신해 대타로 출전할 그림은 언제든지 그릴 수 있다.
이른바 모의고사에서 이대호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스캇 서베이스 감독은 이미 경기 전 이대호를 두고 "타격감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3~4경기에 연속해 출전시킬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아직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대호의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질 수 있게 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