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 세기의 대결을 하루 앞둔 '인간' 이세돌(33) 9단의 얼굴에서는 다소 긴장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딸 앞에서는 연신 싱글벙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세돌 9단은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등장했다. 좌석도 슈미트 회장과 하사비스 CEO 사이였다.
이세돌 9단은 다음날인 9일부터 막이 오를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국에 대한 전 세계 미디어들의 뜨거운 관심에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연신 플레시 세례가 쏟아지자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잠시 후 인삿말을 위해 에릭 슈미트 회장이 자리를 비우자 곧 그 자리로 옮겨 앉았다. 바로 옆에 앉은 딸과 앉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세돌 9단은 아내 김현진 씨, 딸 이혜림(10) 양과 함께 했다.
이혜림 양은 아빠 이세돌 9단의 인삿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 9단이 자리로 돌아오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빠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9구단은 딸의 이런 행동에 그저 '아빠 미소'로 응답했다.
이혜림 양은 많은 관심의 중심에 서 있는 아빠를 바라보며 "기분이 이상하다. 말로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런 딸에 대한 이야기에 미소를 띤 이 9단은 "오늘 이 자리와 이번 대국이 혜림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앉은 슈미트 회장은 혜림 양을 가리키며 "영어를 잘한다"고 엄지를 들어보이며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이 9단의 아내 김현진 씨와 딸 혜림 양은 지난 2012년부터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러기 아빠인 셈이다. 아내와 딸은 지난 6일 귀국, 대국 장소인 포시즌스 호텔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9단으로서는 자주 볼 수 없는 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은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총 5회 대국으로,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진행된다. 대국 전 경기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마련된 특별 대국장에서 진행된다. 모든 대국은 오후 1시에 시작되며 11일과 14일은 휴식을 취한다.
이 챌린지 우승자에게는 미화 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며, 알파고가 승리하는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UNICEF)와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또한 시간 규정에 있어서는 두 기사가 각각 2시간의 제한 시간을 갖게 되며, 2시간을 모두 사용한 이후에는 1분 초읽기 3회씩이 주어져 각 대국 시간은 4~5시간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의 전 경기는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또한 국내에서는 바둑 TV를 통해,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TV를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챌린지 전 경기는 영어와 한국어 공식 해설이 각각 진행된다. 영어 해설은 500번의 프로 대국에서 승리하며 서양인 중 유일하게 프로 9단을 획득한 마이클 레드먼드(Michael Redmond) 9단이 담당하며, 한국어 해설은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현 국가대표팀 감독 유창혁 9단을 비롯하여 김성룡 9단, 송태곤 9단, 이현욱 8단이 순차적으로 담당한다. /letmeout@osen.co.kr
[사진] 왼쪽부터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이세돌 9단의 딸 이혜림 양, 이세돌 9단, 아내 김현진 씨 /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