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듯이 뛸 것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올 시즌 팀컬러로 삼은 스피드 야구에 대한 대답이다. 지난해 강정호에 이어 올해는 박병호·유한준까지 중심타선을 이끈 거포들이 줄줄이 이탈함에 따라 팀컬러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제는 빠르고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혀야 한다.
넥센은 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2-4로 패했다. 비록 타선이 시원하게 터지지 않아 2득점에 그쳤지만 방망이는 막힐 때가 있으면 터질 때가 있는 법. 그보다 발야구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희망적인 요소였다.

넥센의 발야구는 1회초 첫 공격부터 시작됐다. 서건창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루 이택근 타석에서 '치고 달리기' 작전이 걸렸다. 이택근의 좌전 안타 때 서건창은 여유 있게 2루를 지나 3루까지 도달했다. 한 베이스 더 진루한 덕분에 윤석민의 좌익수 뜬공은 희생플라이로 1타점이 될 수 있었다.

2회초에도 넥센은 1사 후 좌전 안타로 출루한 김하성이 후속 홍성갑 타석에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파울이 됐지만 그 다음 타자 박동원 타석 때 기어이 초구에 2루 도루를 성공했고, 한화 포수 차일목의 송구 실책을 틈 타 3루까지 내달리며 상대 배터리를 괴롭혔다.
8회초에도 1사 1·2루에서 고종욱과 김규민이 더블 스틸을 시도했다. 김규민이 2루에서 아웃됐지만 넥센은 멈추지 않고 달렸다. 계속된 2사 2루에서 짧은 폭투에도 불구하고 1루 주자 안정훈이 냉큼 2루까지 달렸다. 경기 내내 주자가 나갈 때마다 적극적인 스킵 동작으로 다음 베이스를 노렸다.
넥센은 팀 도루 부문에서 2013년 7위(131개), 2014년 7위(100개), 2015년 8위(100개)로 3년간 하위권에 머물렀다. 거포들이 많아 주자들이 뛸 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발야구가 곧 넥센 야구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발야구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