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헤인즈(35, 오리온)은 과연 ‘만수’에게 진 빚을 갚을까.
고양 오리온은 8일 오후 7시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조 잭슨의 결승 자유투에 힘입어 울산 모비스를 69-68로 제쳤다. 역대 38회 4강 시리즈 중 1차전 승리팀이 챔프전에 진출한 사례는 28회로 73.7%에 이른다. 오리온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모비스의 관건은 애런 헤인즈 봉쇄에 있었다. 헤인즈는 ‘만수’ 유재학 감독과 인연이 깊다. 헤인즈는 2010년 모비스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챔프전 우승을 맛봤다. 당시만 해도 헤인즈는 브라이언 던스톤의 백업에 불과했다.

헤인즈는 2012-2013시즌 SK소속으로 정규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챔프전 상대는 역시 모비스였다. 헤인즈의 기량이 절정에 이렀던 시점. 그러나 헤인즈는 시리즈 평균 11.8점, 3.3리바운드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SK는 모비스에 4연패를 당하며 무기력하게 우승컵을 내줬다. 모비스를 다시 만난 헤인즈는 유 감독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유 감독은 헤인즈에게 줄 점수를 내주고 오리온의 외곽을 철저히 막겠다고 나섰다. 경기 전 만난 유 감독은 “오리온의 외곽이 걱정이다. 5명이 다 3점슛을 던질 수 있다. 헤인즈는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25~30점은 넣는 선수다. 도움수비를 가지 않고 막는 선수의 역량에 맡기겠다. 대신 외곽슛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대비했다.
헤인즈에게서 파생되는 3점슛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다. 유 감독은 “헤인즈가 뛸 때 SK는 외곽슛이 별로였다. 그래서 헤인즈에게 도움수비를 갔다. 오리온은 양쪽 다 막아야 하는 팀”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리온에게 3점슛을 주지 않고 2점슛 싸움으로 간다면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예상대로 오리온은 헤인즈의 얼리오펜스를 먼저 노렸다. 헤인즈는 모비스 진용이 갖춰지기 전 쳐들어가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함지훈이 자리를 잡은 뒤에는 헤인즈도 쉽게 득점이 어려웠다. 헤인즈는 1쿼터 후반 김종근 앞에서 슛을 시도하다 공격자 파울을 범했다. 어느덧 헤인즈의 파울이 2개가 되자 조 잭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헤인즈는 노련했다. 골밑으로 치고 들어가 파울을 유도하는데 달인이었다. 빈 공간이 있으면 지체 없이 점프슛을 던졌다. 헤인즈는 전반전 14점을 쏟아냈다. 다만 오리온이 자랑하는 3점슛은 전반전 2개 밖에 터지지 않았다.
오리온의 강점은 후반전에 나왔다. 잭슨이 욕심을 줄이고 문태종에게 기회를 열어줬다. 문태종의 3점슛이 터지면서 오리온이 살아났다. 잭슨은 3쿼터 7득점을 뽑아내며 헤인즈에게 쏠린 공격을 분산시켰다. 문태종의 투입으로 외곽의 활로가 열렸다. 문태종은 종료 34초를 남기고 68-66으로 경기를 뒤집는 역전 3점슛을 터트렸다. 헤인즈는 22점, 10리바운드로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경기 후 헤인즈는 특별히 유재학 감독을 의식했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냥 어느 팀이든 다 이기고 싶을 뿐이다. SK시절에 모비스를 이기고 우승했더라도 지금 생각은 변함이 없다. 모비스는 정신적으로 터프하고, 감독이 좋은 팀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팀이다. 그래도 정규시즌과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헤인즈에게 줄 점수는 주고 외곽을 막겠다는 유재학 감독의 전술은 마지막에 실패했다. 헤인즈는 “그냥 이기고 싶다. 팀이 더 잘하는 게 목표다. 그러다 보면 4-5차전서 이길 것이다. 외국선수들은 1차전서 이기든 지든 크게 개의치 않는데 한국 선수들은 이기면 더 자신감을 갖는 것 같다. 1차전에 이긴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시리즈 승리를 자신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울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