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2번 손아섭’, 롯데가 꿈꾸는 극강 테이블세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03.09 06: 02

2번 타자 트렌드, 작전보단 공격력
손아섭 2번 배치로 공격력 극대화 노린다
강한 2번 타자 손아섭. 조원우 롯데 감독이 구상하는 공격형 테이블세터와 타순의 완성이다.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부임 이후 이번 시범 경기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야구 색깔을 드러내려고 한다. 특히 여러 방면으로 타선을 실험하며 최적의 타선은 조원우 야구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조 감독이 구상하는 타순의 최우선은 공격의 시발점, 테이블세터다. 특히 ‘강한 2번 타자’로 중심 타선과의 연결고리를 튼튼히 하려는 구상을 전했다.
8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에 앞서 “일단 정훈을 1번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훈이 공을 쉽게 건드리는 스타일이 아니고 출루율도 괜찮다”면서 “정훈이 1번 타순에 잘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훈은 통산 출루율 3할5푼4리를 기록 중이지만 기량이 만개한 시점인 2014년부터 2년 연속 수준급 출루율의 척도인 3할8푼을 상회했다. 2014년에는 1번 타순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만큼 1번이 낯선 자리는 아니다.
정훈이 1번이면 보조를 맞출 2번 타자는 누구일까. 조 감독은 “정훈이 1번에 들어가면 2번에는 손아섭이 들어갈 예정이다”며 “보다 공격적으로 타선을 꾸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테이블세터를 꾸리겠다는 의지다.
과거 2번 타자는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타자, 희생정신이 강한 타자라는 인식이 컸다. 2번 타자는 1번 타자가 차린 밥상을 중심 타선에 연결시키는 능력을 높이 샀다.
그러나 최근 2번 타자의 트렌드는 바뀌고 있다. 더 이상 2번 타자에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2번 타순에 강타자를 배치하면서 중심 타선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MVP 조쉬 도널슨(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강한 2번 타자의 대표주자다. 도널슨은 타율 2할9푼7리(620타수 184안타) 41홈런 123타점 OPS 9할3푼9리의 시즌 성적을 기록했다. 도널슨이 주로 나선 타순은 2번. 2번 타순에선 타율 3할4리(537타수 163안타) 38홈런 113타점 OPS 9할7푼의 성적으로 토론토 타선의 뇌관 역할을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 역시 강한 2번 타자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결국 2번 타자도 공격력과 생산력을 갖춰야 팀도 강해진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조원우 감독 역시 강한 2번 타자를 생각했고 이를 실현시켜 줄 대상으로 손아섭을 택했다.
손아섭은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다.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현역 타자들 가운데서 타율 1위(.323)에 올라있다. 지난해에는 통산 1000안타 기록까지 세우며 동 나이 또래에서 최고의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스피드도 갖추고 있고 매년 두 자릿수 홈런도 때릴 수 있는 파워도 갖고 있다. 롯데에서 강한 2번 타자를 내세운다면 손아섭은 적격일 수 있다.
높은 출루율을 보유한 정훈이 출루한 뒤 중심 타선에 버금가는 손아섭이 2번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것이 조원우 감독이 구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지난 오프시즌 때 당한 옆구리 부상에서 회복 중인 손아섭은 8일 경기에서 7회 대타로 나와 안타를 때려냈다. 정규시즌 개막 때까지 100% 몸 상태를 만드는 데에는 무리가 없는 상황. 정훈이 1번에 안착하고 손아섭이 2번 타순으로 테이블세터를 갖춘다면 최준석, 짐 아두치, 황재균, 강민호로 이어지는 타선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 조원우 감독이 구상하는 롯데의 타순 시나리오가 시범경기를 통해 무사히 완성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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