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의 무게’ 김재호, 2번 타순 배치된 이유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3.09 06: 05

한 타석 더 치기 위해 2번으로 이동
캡틴의 책임감으로 통증 참고 출전
 지난 8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 wiz와의 2016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김재호(31, 두산 베어스)는 2번 타순에 배치됐다. 수비 포지션은 익숙한 유격수였지만, 타순은 평소와 달랐다.

김재호는 9번 이미지가 강하다.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쳤을 때도 타순은 주로 9번이었다. 김태형 감독도 이번 시즌 정수빈-허경민으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진을 기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이날 그가 2번에 들어온 것은 이색적인 일이었다.
이유는 있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김재호는 일본(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방망이 컨디션이 안 좋았다. 쉬게 해주려고 했는데 본인이 친다고 하더라. 그래서 몇 타석 더 치고 교체하려고 2번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닝을 소화하더라도 2번에 있으면 9번보다 한 타석 더 들어갈 확률이 크기 때문에 앞쪽에 놓은 것이다.
김재호는 전지훈련 기간 연습경기에서 타율 5푼9리(17타수 1안타)로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반면 이날은 감독의 배려 속에 세 번 타석에 들어가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달라진 결과를 냈다. 하지만 그는 경기 후 “아직 감이 없다. 더 찾아야 한다”며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아직 감각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급하지는 않다. “시즌 개막에 맞춰서 타격 페이스가 올라오는 게 좋다. 지금 너무 좋으면 정규시즌에 들어가서 부담이 될 수 있다.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김재호의 설명이다.
스프링캠프 기간 약간의 허리 통증도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그는 주장이라는 책임감을 앞세워 연습경기에 결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격감이 떨어져 있는 가운데서도 공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1번타자로 출전하기까지 했다. 김재호 역시 “감독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확고하시다”라고 말한다. 캡틴이 경기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전 벌크업에 성공하며 김재호는 타율 3할7리, 3홈런 50타점으로 두산의 하위타선을 강화했다. 특히 출루율 4할2리로 보이지 않게 상대 마운드를 흔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승선했고,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그의 차지였다. 하지만 2015 시즌이 유난히 길었던 탓에 2016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몸 상태가 덜 올라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팀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달라진 상황에도 적응해야 한다. 주장이 된 후 정신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더 중요한 선수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김재호는 자신의 위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대신 말하고 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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