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개막전서 나란히 대포
2번-8번 배치 가능성, 타선 중량감 기대
기대대로 SK의 타선의 무게감이 강해지는 것일까. 키를 쥔 헥터 고메즈(28)와 최승준(28)이 나란히 홈런포를 터뜨렸다. 상·하위타선의 장타력이 모두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뒷받침할 수 있는 희망의 홈런이었다.

SK는 8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6-6 무승부를 기록했다. 6-3으로 앞서고 있다 9회 마지막 수비에서 동점을 허용한 것은 아쉬웠다. 그러나 타선에서는 여전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메즈와 최승준이 홈런을 터뜨리며 힘을 냈다. 올해 타선의 키를 쥐고 있는 두 선수의 가벼운 방망이에 SK도 소득을 얻었다.
고메즈는 1-2로 뒤진 5회 배장호를 상대로 좌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떨어지는 커브에 타격폼이 제대로 갖춰지지는 않았지만 호쾌한 스윙으로 이를 걷어 올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역전 3점포였다. 최승준도 4-3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잡고 있던 7회 이정민의 빠른 공을 밀어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오키나와 연습경기부터 장타력은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었던 두 선수였다. 타율은 낮았지만 장타율은 제법 높았다. 최승준은 홈런 두 방을 쳤고 고메즈는 홈런 1개에 2루타 3개를 치며 감을 조율했다. 최승준은 워낙 힘이 좋은 선수라는 것 자체는 증명했고 고메즈는 빠른 배트 스피드에서 나오는 총알 같은 타구가 인상적이었다. 그런 장점이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대처법과 타구도 인상적이었다. 고메즈는 오키나와 캠프 당시 사이드암 및 옆구리 투수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잘 보지 못했던 유형이라 낯설었다. 대다수의 외국인 타자들이 겪는 고충이었다. 하지만 이날 사이드암인 배장호를 상대로 홈런포를 날리며 자신감을 얻었다. 우측으로는 그렇게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았던 최승준도 이날 밀어서 넘긴 홈런의 의미가 가볍지 않았다.
두 선수의 타순을 생각해도 괜찮은 시작이다. 김용희 감독은 강한 2번 타자를 선호하는 공격적 스타일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번’으로 점찍었던 김강민의 부상, 주축 타자들의 부진 속에 어쩔 수 없이 짜내는 야구를 해야 했다. 올해 2번 출전의 빈도가 높을 것으로 보이는 고메즈의 호쾌한 장타는 긍정적이다. 김 감독은 장타력과 준수한 기동력을 갖춘 고메즈와 김강민을 번갈아가며 2번에 배치한다는 생각이다. 고메즈의 홈런은 그런 구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최승준은 올해 타순이 8번이다. 최정 정의윤 박정권이 중심타선을 이루고 타점 생산 능력이 좋은 이재원이 6번으로, 김강민 혹은 고메즈가 7번에서 보조를 맞춘다. 여기에서 남은 주자는 최승준의 한 방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심산이다. 정확도는 다소 떨어질 수 있어도 언제든지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을 갖춘 최승준이 8번에 배치되면 상대 마운드의 피로도는 극심해질 수 있다. SK 타선의 짜임새가 강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울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