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라고들 한다. 정규 시즌과 큰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개막에 맞춰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의미를 둔다. '시범경기용 선수'라는 달갑지 않는 말도 있다.
시범경기에서 삼성 이승엽(40)이 심상치 않다. 이승엽은 8일 시작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범경기 첫 경기 NC전부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이날 이승엽은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삼성은 1회 NC 선발 스튜어트를 상대로 5점을 뽑으며 승기를 잡았는데, 시발점은 이승엽이었다. 2사 1,2루에서 이승엽은 스튜어트 상대로 2스트라이크로 몰렸다. 2사 후 스튜어트는 이닝을 마치려고 이승엽을 몰아부쳤다.

그러나 이승엽은 2스트라이크 이후 집중력을 발휘해 8구까지 끌고 갔다. 세 차례 파울 타구를 만든 끈기를 보였고, 8구째 2루 베이스를 타고 가는 중전 적시타로 삼성의 첫 득점을 올렸다. 삼성으로선 의미있는 선취점, 스튜어트에겐 기분 나쁜 실점이었다. 이후 삼성은 백상원의 적시타와 이영욱의 3점 홈런으로 확실한 결과를 냈다.
이승엽은 3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우전안타를 터뜨렸다. 5회에는 1사 후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려냈다. 시범경기 첫 날부터 정교함과 파워를 두루 보여준 타격이었다. 이승엽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놀라운 '회춘 모드'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러진 연습경기에서 타율 0.550(20타수 11안타) 3홈런 13타점을 기록하고 왔다. 때이른 시기의 연습경기이지만 출루율 0.545, 장타율 1.250이라는 괴력이다.
캠프와 시범경기에 오버 페이스가 아닐까라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승엽이라 남다르다. 올해로 불혹의 넘긴 이승엽이 시즌을 준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승엽과 삼성은 올 시즌 많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먼저 새 구장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가 개장했다. 대구에서 야구 인생을 전부 뛰었던 대구시민구장을 뒤로 하고 새로운 집으로 입주한다. 쾌적하고 첨단 시설을 갖춘 새 구장에서 적응 중인 그는 "이제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삼성은 오프 시즌 전력 변화가 심했다. 임창용의 방출, FA 박석민의 이적, 외국인 선수 3명 전원 교체 등 부침이 있었다. 게다가 지난해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을 이뤘지만,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다. 올해는 도전자의 자세다. 팀의 구심점인 이승엽이 솔선수범해서 이끌어야 한다. 삼성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승엽의 존재는 삼성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이승엽은 캠프와 시범경기에서부터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스스로도 "페이스가 너무 좋아 걱정"이라고 한다. 타격 사이클은 오르락내리락 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승엽이라 큰 걱정은 없어보인다. 류중일 감독도 "시즌 끝까지 타격감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