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8, 볼티모어)가 부진의 터널 속에 있다. 그러나 아직 시범경기는 많이 남아있다. 벅 쇼월터 감독을 비롯한 구단의 믿음도 굳건하다. 한 번의 계기만 있으면 예전의 모습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김현수는 시범경기 출발이 부진하다. 첫 6경기, 18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MLB) 무대 적응을 위해 주전 선수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얻었던 김현수다. 그러나 아직 모두가 기다리는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김현수는 18번의 타석에서 모두 타격을 했다. 그러나 안타는 없었다. 삼진이 3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볼넷도 한 번도 없었다. 타율·출루율·장타율이 모두 0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도 0이다. 올해 시범경기 정규기록에 잡히는 119명의 타자 중 OPS가 0인 선수는 김현수가 유일하다.

예상치 못한 부진이다. 김현수는 KBO 리그 시절 ‘타격 기계’로 불렸다. 정교한 타격, 그리고 언제든지 장타를 터뜨릴 수 있는 힘을 조합했다. 볼티모어가 김현수에 꽂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여기에 출루율도 높았다. KBO 리그 통산 출루율이 4할6리에 이른다. 팀의 고질병인 출루율 문제, 심지어 리드오프 문제까지 해결할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기대감이 기록에서 묻어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벅 쇼월터 감독을 비롯한 구단은 ‘적응의 문제’라며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쇼월터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좀 더 빠른 공에 적응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는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오는 젊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며 김현수를 감쌌다.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김현수의 심정을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며 흔들기도 경계했다. 김현수는 여전히 팀의 주전 좌익수로 시즌 구상에 포함되어 있다.
조급한 상황일 수도 있지만 한 번의 계기만 있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쇼월터 감독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볼티모어는 지금 상황을 ‘적응 기간’으로 보고 있다. 초반 시범경기 성적에는 별다른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이유다. 볼티모어는 기다려 줄 여유가 있고, 김현수는 차분하게 자신의 타격감을 찾아가면 그만이다. 첫 안타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볼넷 등 김현수의 장점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9일 하루 머리를 식힌 김현수는 10일 클리어워터에서 열릴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할 예정이다. 매니 마차도, 마크 트럼보, 조나단 스쿱 등과 함께 원정 경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현수는 최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내가 아닌 것 같다"라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루를 쉬며 재정비를 마친 김현수가 지난 18타석을 잊고 시원한 한 방을 터뜨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