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방망이가 아닌 수비에서 빛났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대호(34, 시애틀)가 수비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눈도장을 찍었다.
이대호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굿이어의 굿이어볼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5번 1루수로 출전했다. 전날(8일) 시범경기 첫 홈런을 쏘아 올리며 관심을 모은 이대호는 이날 타석에서는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시범경기 타율은 2할8푼6리(7타수 2안타)로 조금 떨어졌다.
그러나 이대호는 이날 타석이 아닌 수비에서 시애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대호는 빠른 상황 판단과 노련함 속에 몇 차례 좋은 수비를 선보였다. 지역 언론인 ‘시애틀 타임스’도 이날 경기를 총평하면서 이대호의 수비력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요약하면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다.

‘시애틀 타임스’는 “이대호가 시애틀의 스캇 서비스 감독에게 계속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라면서 “이번에는 1루수로서의 수비였다”라고 평가했다. 이대호는 이날 1회부터 수비에서 빛났다. ‘시애틀 타임스’도 이대호의 수비 장면을 조목조목 따져보며 만족스러운 논조를 이어갔다.
1회 호세 라미레스의 우중간 2루타 때 오버런을 한 라미레스를 2루에서 태그아웃 시킨 것이 이대호였다. 중계 과정에서 내야수 전체의 정렬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어느덧 2루에 가 있었고 침착하게 라미레스를 잡아냈다. ‘시애틀 타임스’는 이 장면을 두고 이대호를 “영리했다”라고 평가했다.
2회 무사 2,3루에서도 이대호는 베너블의 강한 타구를 잡아내 곧장 홈으로 송구, 3루 주자 나폴리를 잡아내는 데 일조했다. ‘시애틀 타임스’는 “이대호가 강한 타구를 잡아 홈으로 공을 발사했다”라며 포구와 송구 모두 높은 평가를 내렸다.
전날 이대호의 힘에 대해 극찬했던 스캇 서비스 감독은 경기 후 이대호의 수비력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비스 감독은 ‘시애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대호는 오늘도 전체적으로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그는 많은 경기에 나선 선수다. 경기에 대한 감각이 풍부한 선수”라면서 이대호의 경험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을 숨기지 않았다.

당초 이대호에 대한 현지의 평가는 “타격은 좋은 선수다. 하지만 주루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1루 수비도 미지수”였다. 그러나 이대호는 1루 수비에서도 부정적 시각을 지워내고 있다. ‘시애틀 타임스’는 “빅리그 레벨에서 1루 수비를 할 만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이대호의 수비를 기대 이상으로 평가했다. 이대호가 자신에 대한 선입견을 실력으로 지워나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굿이어(미 애리조나)=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