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갑자기 마비됐다."
김성룡 9단이 만만치 않을 것 같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악수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김성룡 9단은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1국 유튜브 중계 공식 한국어 해설자로 나서 알파고가 둔 백 84수에 대해 "백돌을 잡은 알파고가 변칙을 썼다"고 놀라워한 뒤 "내가 프로기사 27년째인데 이런 수는 처음이다. 알파고가 갑자기 마비됐다. 한마디로 미쳤다고 밖에 표현할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변화를 꾀하기 위해 오히려 평범한 것보다 훨씬 못한 경우로 돌아간 것"이라고 백90수에 대해 설명한 김 9단은 "이를 두고 바둑에서는 돌의 체면을 못세웠다고 말한다. 잘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상해졌다"고 말했다. 이소용 바둑캐스터 역시 "알파고의 목적상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고 거들었다.
김 9단은 앞서 44수까지의 초반 대국에 대해 "알파고는 24수만에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분명한 것은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볍게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꽤나 충격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몇분만에 알파고가 실수를 범하자 혹평을 한 것이다.
또 김 9단은 알파고에 대해 "쉽게 가야 할 부분은 쉽게 가고 어렵게 둘 부분은 시간이 걸리고 해야 한다. 그런데 알파고는 그런 것이 없다. 그래서 해설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의 심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해설하는 사람으로서도 압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 9단은 대국 초반, "정말 실망스럽다. 정석을 모른다"고 혹평을 내렸으나 백24수만에 "알파고가 점점 사람처럼 둔다"고 놀라워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이소용(아마 6단) 캐스터와 김성룡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