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K 프리뷰20] 김태훈, '퍼펙트맨' 잊은 도약 다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3.09 17: 56

화려한 퍼펙트 경력, 프로에서는 '미완'
어깨 통증 탈피, 재도약 원년 기대감
2008년 8월 1일. 제30회 미추홀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상대는 부경고. 아직도 김태훈(26, SK), 혹은 여러 사람들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단어들이다. 김태훈은 이 경기를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야구계에 알렸다. 전국 고교야구대회 역사상 첫 ‘퍼펙트게임’이 바로 이날, 인창고 김태훈의 손끝에서 나왔다.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전국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입단 과정도 순조로웠다. SK는 2009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김태훈을 뽑았다. 화려한 데뷔였다. 곧바로 1군 데뷔를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구단과 당시 코칭스태프의 평가도 괜찮았다. 좌완으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무기가 있었다. 잘만 키우면, 차세대 에이스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김태훈은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했다. 2010년 1경기, 2011년 16경기, 2012년 9경기가 1군 출전의 전부였다.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발전이 더뎠다. 갈수록 강점은 퇴색되고, 약점은 좀처럼 보완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깨에는 통증이 찾아왔다. 2013년 상무에 입대한 김태훈은 어깨 통증 탓에 사실상 2년을 허송세월했다. 위기는 더 깊어지고 있었다.
김태훈은 “상무에서는 공 한 번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어깨를 못 들 정도였다”라고 떠올렸다. 검진 결과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사진에 잡히지 않는 통증은 김태훈을 괴롭혔다. 아프니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겨우 어깨 통증에서 빠져나온 지난해는 감각이 바닥이었다. 1군 1경기에 뛴 것이 전부다. 김태훈은 “제구가 너무 안 됐다. 감각이 무뎠다”라고 설명했다. 2군에서 꾸역꾸역 107이닝을 던졌지만 성적이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동료들, 1군과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입대 동기인 박종훈이 1군에서 자리 잡는 사이, 김태훈은 2군에서만 뛰었다. 김태훈은 “기회가 있을 때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내 준비가 부족했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이를 절실히 깨우친 김태훈은 독한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는 다시 희망이 보인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김태훈의 표정도 좀 더 비장해졌다.
김태훈은 대만 타이중에서 2월 12일부터 열리고 있는 SK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의 투수 MIP(기량발전상) 후보 중 하나다. 김태훈에게 항상 독한 잔소리를 아끼지 않는 김상진 퓨처스팀 투수코치지만, 선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절실한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공이 많이 좋아졌다. 올해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라고 미소를 짓는다. 모두가 김태훈의 잠재력이 이번 캠프를 통해 다시 발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태훈은 “작년에는 감이 워낙 없다보니 내가 공을 놓는 포인트조차 느낄 수 없었다. 사실상 던지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는 것은 100% 운에 맡기는 상황이었다”라고 털어놓으면서 “최근에는 감각을 좀 찾았다. 큰 틀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공을 던지는 요령에서 조금 나아진 것 같다. 투심과 슬라이더 외에 체인지업과 커브도 연습하고 있다”고 현재 추이를 설명했다. 퓨처스팀에서도 김태훈에게 꾸준히 선발 기회를 주며 스스로 깨우치는 부분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퍼펙트맨’의 영광은 잊은 지 오래다. ‘2군 투수’라는 냉정한 현실 인식만이 김태훈을 채찍질하고 있다. 최고 구속을 145㎞ 정도까지 끌어올린 김태훈은 “예전에는 공이 빨라 직구와 슬라이더로도 해결이 됐다. 하지만 어깨 통증 이후 그만큼이 안 된다. 제구와 변화구 구종 다양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김상진 코치는 “지난해에는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너무 컸다. 하지만 이번 캠프에서는 그런 점이 한결 나아졌다”라며 제자를 격려했다.
김태훈은 지난해 말 강화 SK퓨처스파크 합숙을 자청했다. 퓨처스파크에는 보통 1~2년차의 신인급 선수들이 합숙을 한다. 그럼에도 김태훈은 남들이 모두 고개를 젓는 그 세계에 몸을 던졌다. 올해를 맞이하는 각오를 읽을 수 있다. 김태훈은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 그래서 합숙을 자청했다”라면서 “안 아프기만 하면 자신이 있었는데 지난해 해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올해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달려들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 굳건한 각오가 결과로 이어지기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2016년 프리뷰
팀은 여전히 김태훈을 장기적인 왼손 선발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묵직한 공을 던지는 선수고 체력적인 면이 좋아 아직은 포기하기 힘든 자원이다. 모처럼 건강하게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모인다. 빠른 공 최고 구속도 지난해에 비하면 많이 향상돼 기대가 걸린다. 스트라이크와 볼 차이로 대변되는 제구 문제, 단조로운 구종 문제를 서서히 해결할 수 있다면 아직 더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는 투수다. 일단 올해는 2군에서 선발 요원으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왼손 자원이 부족한 1군 상황을 고려하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결국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상진 코치와 제춘모 코치는 김태훈의 등번호만큼 1군에서 이닝을 소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김태훈의 등번호는 60번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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