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에 당한 충격적인 패배를 인정했다.
흑돌을 잡은 이세돌 9단은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세기의 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첫 대국 초반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던 백돌 알파고에 결국 패했다. 30분 이상 생각할 여유가 있었지만 막판 몇차례 실수를 거듭하면서 위기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이 9단은 28분 28초를 남겨두고 186수만에 돌을 던져 패배를 인정했다. 알파고의 불계승.
이세돌 9단은 경기 후 알파고에 대해 "초반 풀어내는 능력이 좋아 놀라웠다"면서 "이제 5대5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알파고의 기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인정했다.

하사비스 CEO는 "이세돌 9단에게 큰 존경심을 표시하고 싶다. 전투적이고 창의적인 스타일을 가진 이 9단이라 경기가 더 흥미진진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알파고의 결과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흑돌을 잡은 이세돌 9단은 경기 초반 알파고의 위협적인 형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적인 바둑에 절대적 우위를 보여온 이 9단을 상대로 저돌적으로 밀고 나오는 알파고가 물러섬 없이 팽팽한 접전으로 이어갔다.
그러나 후반으로 가면서 알파고의 실수라고 믿었던 수들이 계산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 9단은 결국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알파고는 24수만에 변칙에 가까운 수를 두면서 첫 위협을 가했다. 이 9단이 흑 127수에 실수를 했지만 알파고 역시 136수에서 악수를 두면서 균형을 이루는가 했다. 알파고는 162수에서도 패착에 가까운 수를 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수들은 막판 알파고의 철저한 계산에 의한 수로 드러나면서 이 9단에게 돌을 던지게 만들었다.
15일까지(11, 14일 휴식) 총 5번의 대국으로 펼쳐지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2국은 10일 치러진다. 대국 형식은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진행된다. 특히 이번 전 대국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 된다. 이 챌린지 우승자에게는 미화 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며, 알파고가 승리하는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UNICEF)와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다음은 이세돌 9단과 하사비스 CEO의 일문일답.
▲충격이 적지 않다. 알파고를 상대하면서 여러 표정 변화를 보여줬다. 혹시 '이 상대는 뭐하는 놈이지' 같은 생각을 했나. 언제 밀린다 생각했나.
-우선 초반 풀어내는 능력이 놀라웠다. 초반은 알파고가 힘들지 않겠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다음은 대국이 진행되면서 서로가 어려운 바둑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알파고가 승부수라고 해야 하나. 사람으로 치면 자신이 없다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가 나왔다. 바둑적인 이야기라 설명하기 힘들다.
▲ 이 대국 받아들인 것을 후회하진 않나. 남은 대국 전망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분명히 즐겁게 두었다. 앞으로의 바둑도 기대된다. 그래서 후회는 안한다. 앞으로 전망은 잘 모르겠다. 오늘은 포석에 실패했다. 그런 부분만 보완하면 가능성 있다. 이제 5대5가 아닌가 생각한다.
▲ 판후이도 첫 경기지고 이길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내일 대국에 영향이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어떤 상대인가.
-판후이 프로와 비교하면 경험적 측면에서 나는 여러 번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1국을 졌다고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했다. 정말 놀라움을 선사한 알파고지만 지금 어떤 존재인지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letmeout@osen.co.kr
[사진]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