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쎈돌', 20년전 체스 대국 재현할까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6.03.10 07: 18

과연 20년전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재현될 수 있을까?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 1국'은 인간이 기계에 무릎을 꿇은 날로 기억될 전망이다.
비록 이벤트성으로 열린 바둑 게임이었지만 인류 대표로 나선 이세돌(33) 9단이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에 불계패하며 스스로 패했음을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바둑계는 물론 과학계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여기에는 '이 결과를 기계가 인간을 넘어섰다고 받아들여야 하나'라는 반문도 함께 포함된 것이다.
결국 이세돌 9단이 남은 4번의 대국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그 대답도 달라질 전망이다. "인간이 실수하면 한 번은 질 수 있다"와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섰다"는 완전히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번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5번의 대국을 펼쳐 많은 승리를 거두는 쪽이 승자가 된다. 그런 만큼 남은 4개 중 3개 대국을 이기면 최종 승자가 된다. 
이는 마치 20년전 세계 체스 챔피언 그랜드마스터 가리 카스파로프를 연상시킨다. 카스파로프도 지난 1996년 2월 도전장을 내민 IBM의 딥 블루(Deep Blue)에 체스 첫 대국을 내줘 '인간이 기계에 패했다'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홀로 짊어져야 했다. 당시 대결 역시 인간과 기계의 대결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기일전 다음날 승리하며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한 카스파로프는 이후 2연속 무승부에 이어 2연승, 최종 4-2로 이겼다. 비록 딥 블루에게 '정식 대국에서 체스 챔피언을 이긴 최초의 컴퓨터'라는 칭호를 넘겨줬지만 카스파로프는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낸 챔피언으로 남았다. 
물론 이는 1년만에 딥 블루의 복수혈전으로 막을 내렸다. 엄청난 업그레이드로 성능 향상에 성공한 딥 블루는 1997년 5월 재대결을 펼쳐 카스파로프를 3.5-2.5로 꺾었다. 카스파로프가 먼저 이겼지만 다음 경기에서 딥 블루가 승리했고 3번 연속 무승부 후 마지막에 딥 블루가 이겼다. 딥 블루는 지금도 인간을 이긴 최초의 컴퓨터로 기억되고 있다.
딥 블루와 알파고는 비교될 수 없다. 딥 블루는 다양한 변수를 프로그램화 시켜놓은 데이터를 넣어서 출력하는 컴퓨터였다면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과 러닝머신의 총아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둑 역시 체스와 비교해 경우의 수가 10의 100제곱 이상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복잡하다. 이런 바둑의 복잡성이 인공지능 연구자들에게 연구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매력이다.
변수는 역시 상대가 아니라 이세돌 9단 자신이다. 형체도, 표정도, 마음도 없는 알파고를 상대로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이세돌 9단은 첫 판을 내줬지만 오히려 홀가분해졌을 수도 있다. '1승도 내주지 않겠다'는 주위의 부담스런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기 때문이다. 또 형체도 표정도 마음도 없는 알파고라는 실체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자신감도 여전하다. 이세돌 9단은 1국 패배 후 "충격적이긴 하지만 분명히 즐겁게 두었다. 포석에 실패했다. 그런 부분만 보완하면 가능성 있다. 이제 승률은 5대5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도 "나는 여러 번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1국을 졌다고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쎈돌' 이세돌 9단이 20년전 카스파로프의 역전극을 재현해낼지 궁금하다. 
한편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11, 14일 휴식) 총 5번의 대국으로 펼쳐지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2국은 10일 같은 장소에서 오후 1시부터 치러진다. 대국 형식은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진행된다. 특히 이번 전 대국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 된다. 이 챌린지 우승자에게는 미화 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며, 알파고가 승리하는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UNICEF)와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letmeou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