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은 출발이었다. 장원삼(삼성)이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장원삼은 10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 경기에 첫 등판했다. 3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직구 최고 138km에 머물렀으나 안정된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완벽투를 뽐냈다.
장원삼은 1회 정훈(2루 땅볼)과 오승택(1루 뜬공)을 가볍게 처리한 뒤 황재균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고 2루 도루를 허용하며 2사 2루 위기에 놓였다. 장원삼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짐 아두치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1회 투구를 마쳤다.
2회 선두 타자 강민호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장원삼은 박헌도와 김주현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과감한 몸쪽 승부는 단연 인상적이었다. 장원삼은 3회 김상호(유격수 땅볼), 안중열(3루 땅볼), 정훈(2루 땅볼) 모두 내야 땅볼로 유도하며 이날 투구를 마쳤다. 장원삼은 1-0으로 앞선 4회 백정현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날 장원삼의 완벽투가 주는 의미는 크다. 지난해 악몽과 같은 시즌을 보냈던 그가 올 시즌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줬기 때문. 2006년 데뷔 후 7차례 10승 고지를 밟은 장원삼은 리그 정상급 좌완 선발 요원 가운데 한 명이다. 구위 자체가 위력적인 편은 아니나 노련미 넘치는 투구로 선발진의 한 축을 지켰다. 특히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장원삼은 지난해 10승 9패(평균 자책점 5.80)를 거두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으나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많았다. 시즌 첫 등판에서 가뿐하게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으나 구위 저하 속에 두 차례 2군행 통보를 받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더 이상의 아픔은 없다. 장원삼은 겨우내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만들며 올 시즌 명예 회복을 다짐했다. 그는 "해마다 성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등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두 자릿수 승리는 선발 투수의 자존심과 같다"고 5년 연속 10승 고지 등극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태한 투수 코치는 시범 경기를 앞두고 "장원삼은 제 몫은 해주는 선수다. 야구를 잘 하고자 하는 욕심이 아주 강하다. 자기 스스로 뭔가 보여주고자 하는 자존심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시작이 중요하다. 스타트를 어떻게 끊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분명히 제 몫은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투수진의 실질적인 리더 장원삼이 제 모습을 보여준다면 마운드 약화에 대한 우려는 기우가 될 것이다./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