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탱탱’ 오승택, 유격수 성장기 쓴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03.11 06: 53

오기로 무장했다. 아직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롯데 자이언츠 오승택(25)은 분명 성장하고 있다.
오승택은 현재 롯데에서 기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유망주다. 특히 거포 내야수의 잠재력을 지난해 어렴풋이 보여줬다. 122경기 출장해 타율 2할7푼5리 8홈런 43타점의 성적을 올리며 장래를 밝게 했다.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수비였다. 유격수로는 186cm의 큰 키로 인해 수비에서의 몸놀림이 다소 뻣뻣했다. 포구에서 송구까지 연결되는 동작이 부자연스러웠다. 122경기 중 유격수로서 62경기에 출장하면서 11개의 실책을 범했다. 대신 장타력을 살리기 위해 내야 전포지션을 번갈아가며 나왔다. 그의 지난해 실책은 총 16개였다. 아픈 경험이었다.

오승택과 새롭게 선임된 코칭스태프는 올시즌을 앞두고 수비력 향상에 만전을 기울였다. 성과는 눈에 띄었다. 조원우 감독은 “오승택의 수비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앞으로도 경기에 나서면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향상된 오승택의 수비력을 칭찬했다.
그러나 오승택은 아직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수비는 아직 멀었습니다”며 주위의 칭찬에 고개를 저었다. 그의 관심은 온통 유격수로서의 수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대만 타이난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오승택은 김태균 수석코치의 지휘 아래 단내 나는 펑고 훈련을 받았다. 그는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김태균 코치님이 펑고배트를 잡는 날에는 ‘아 집에 가긴 글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캠프 시작 전 9kg을 증량했지만 훈련으로 인해 5~6kg이 빠졌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김태균 코치의 지도 아래서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다졌다. 포구에서 송구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을 모두 뜯어고쳤다. 오승택은 “모든 것을 기본기부터 새로 시작했다. 송구를 할 때도 왼팔을 타겟 쪽으로 향하도록 자세를 교정했고, 공을 기다릴 때도 약간 점프하는 동작으로 공이 오는 방향으로 빨리 튀어나갈 수 있게끔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모두 기본인데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것들이다”고 말하면서 캠프의 성과를 전했다.
또한 “매 구마다 온 집중을 공에 쏟고 있다. 언제나 공이 나에게 올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집중하고 있다”며 집중력 향상에도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의 마음속에는 ‘오기’가 생겼다. 아픈만큼 성숙해졌다. 지난해 실책들로 인해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에 더욱 이를 악물었다. 그는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한 경기 수비 잘했다고 나 자신이 일희일비 하지 않을 것이다. 수비 훈련은 정말 열심히 했고 마음속에 오기도 생겼다”며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하기도 했다.
조원우 감독은 오승택의 수비력이 향상된 것은 인정하지만 더욱 자신감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조 감독과 오승택의 마음은 실책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람의 뜻대로 야구가 흘러가진 않는다. 지난 8일 SK와의 시범경기에선 수비 훈련의 성과를 보여주는 듯 모든 타구를 무리 없이 처리했다. 그러나 10일 삼성전에선 7회 아롬 발디리스의 타구를 백핸드로 잡으려다 공을 흘렸다. 어려운 타구였지만 아쉬움은 남을 수 있는 대목. 기록은 오승택의 실책 대신 안타가 주어졌다.
공격력은 검증 됐다. 10일 경기에서 홈런 포함해 3타수 2안타로 맹활약 했다. 스피드와 주루 센스도 갖췄다. 이제 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수비만 조금 더 성과를 보여주면 된다. 문규현과 주전 유격수 경쟁을 펼치고 있기도 한 상황. 그의 유격수로서 성장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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