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에이스 김광현(28)이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순조로운 시즌 대비 과정을 선보였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역시 김광현의 시선은 체인지업으로 향하고 있었다.
김광현은 1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범경기’ KIA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첫 등판, 그리고 6회 한파 콜드게임이 선언됐을 정도로 쌀쌀한 날씨임을 고려하면 좋은 투구 내용이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딱 1이닝을 던진 김광현은 이날 쌀쌀한 날씨 탓에 2이닝만 소화했다. 그러나 몸이 조금 풀린 2회 들어 140㎞대 후반의 공을 여러 차례 던지며 몸 상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과시했다. SK 전력분석팀의 스피드건에는 최고 149㎞, KIA 전력분석팀의 스피드건에는 최고 148㎞가 찍혔다.

김광현은 경기 후 “날씨가 추워서 몸이 덜 풀린 상태였다. 몸이 조금 더 풀린 뒤 구위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싶다. 날이 빨리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라고 이날 등판에 그렇게 큰 의의를 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김광현의 지향점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체인지업에 대한 욕심이었다.
이날 김광현은 2이닝 동안 총 33개의 공을 던졌다. 이 중 포심패스트볼은 21개, 변화구가 12개였다. 김광현의 변화구 주무기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위력을 갖춘 슬라이더다. 그 다음이 지난해부터 ‘제3구종’으로 써먹기 시작한 커브다. 그런데 이날 김광현은 슬라이더와 커브를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김광현의 변화구 12개는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김광현은 경기 후 체인지업과 혼동될 수도 있는 포크볼을 던졌느냐는 질문에 “직구와 체인지업만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광현의 겨울나기 연장선이다. 김광현은 지난 플로리다와 오키나와 캠프에서 던질 당시 피칭의 비율을 빠른 공 6, 변화구 4로 가져갔다. 그 변화구 4중 3이 체인지업이었다.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 당시에도 빠른 공과 체인지업만 던졌다.
김광현은 최고 수준의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지만 체인지업에 대한 욕심이 크다. 벌써 3년째 체인지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모두 잘 던지기는 쉽지 않지만 김광현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한 실마리를 체인지업에서 찾았다. 지난해에도 간혹 섞어 던졌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컸다. 상대 방망이를 유인하기에는 변화가 너무 눈에 띄었고 투구폼도 다소간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었다는 게 상대팀의 평가였다.
그러나 이날 김광현은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이용해 삼진을 유도하기도 하는 등 한결 나아진 체인지업 제구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우타자 바깥쪽에서 비교적 예리한 각을 그렸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는 공은 루킹 삼진(1회 윤정우)이 됐고, 존에서 아래로 더 떨어지는 공은 헛스윙 삼진(2회 이진영)으로 이어졌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