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된 롯데의 좌익수 고민
김주현·김문호·박헌도·이우민의 경쟁 체제로 압축
해마다 반복되어 온 롯데의 주전 좌익수의 고민. 올해 역시 진행 중이다. 이젠 기회와 시간의 싸움이다.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몇몇 포지션에서 경쟁 구도를 진행 중이다. 좌익수와 유격수가 대표적인 경쟁 포지션이다. 유격수의 경우 오승택과 문규현의 2파전이지만, 좌익수는 한 자리를 두고 무려 4명의 선수가 경쟁 구도를 갖추고 있다. 좌익수의 경우 중견수, 우익수까지도 커버가 가능한 선수들이지만 롯데는 중견수 짐 아두치, 우익수 손아섭이라는 주전들이 기득권을 갖고 있다.
현재 좌익수 포지션을 두고 경쟁 중인 선수들은 김주현(28), 김문호(29), 박헌도(29), 이우민(34)이다. 4명의 선수들은 저마다의 매력 포인트를 발산하며 경쟁을 진행 중이다. 조원우 감독은 “좌익수는 계속 경합을 하고 있다. 주전도 주전이지만 외야 5자리의 엔트리에 드는 것이 우선이다”며 경쟁을 촉구했다. 아직까지 좌익수 자리에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일단 시범경기 시작과 함께 경쟁의 총성을 울린 선수는 김주현이다. 김주현은 지난 9일 울산 SK전에서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김주현은 7회말 0의 균형을 깨는 투런포를 터뜨린 데 이어 2-2 동점이던 9회말, 롯데에 시범경기 첫 승리를 안기는 끝내기 홈런을 때렸다.
김주현의 장점인 장타력이 폭발했던 경기였다. 이튿날인 10일 울산 삼성전에서도 타격감을 과시하듯 날카로운 타구들을 생산해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8경기 타율 3할8푼1리 1홈런 4타점으로 타격 능력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수비다. 지난 시즌에도 한 방 능력을 인정받아 우타 대타 자원으로 1군에 자리 잡았지만 주전으로 도약하기엔 수비가 취약했다. 조원우 감독 역시 “수비와 주루는 보완해야 할 점이다”고 말하며 단점을 콕 찝었다.
김문호는 지난 시즌 주전으로 도약하며 좌익수 자리에 한 발 먼저 내딛었다. 부상으로 93기 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3할 타율(.306)을 넘어섰고 모든 부분에서 커리어 하이의 성적을 찍었다. 고교 시절의 명성을 떠올리게 하는 활약이었다. 장타력 대신 정확성이 강점이고 주전으로서 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노하우도 갖고 있다. 하지만 공수 모두 뚜렷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을 찾는 것이 힘들다. 모든 부분에서 무난하다는 점은 오히려 현재 경쟁구도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박헌도는 현재 좌익수 경쟁의 촉매제였다. 역시 지난해 1군에서 경험을 쌓았다. 2차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에서 롯데로 팀을 옮긴 그는 지난해 108경기 타율 2할4푼8리 8홈런 42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넥센에서 좌투수 상대 대타 요원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지난해 좌투수 상대 타율 3할2푼5리 5홈런 장타율 5할9푼7리의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역시 수비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하면서 경쟁에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공격력에서 어느 정도 계산이 선다면 이우민은 수비에서 더욱 강점이 있다. 수비만큼은 KBO 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수준. 타구 판단과 타구를 좇는 스피드 포구, 어깨 등 모자람이 없다. 번트 등 작전 수행 능력도 롯데 내에서는 괜찮은 축에 속한다. 역시 문제는 공격력이다. 언제나 이우민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공격력이었다. 1군에서의 13시즌 동안 통산 타율은 2할3푼3리에 불과하다. 2007년 3할1리의 타율을 기록한 이후 2할6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 시즌 전까지 통산 4홈런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만 4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공격력 증강에서 어느 정도 여지는 남겨뒀다.
시범경기는 이제 15경기가 남았다. 모든 선수를 테스트 해보기엔 시간과 기회는 한정되어 있고 경쟁자들은 너무 많다. 과연 한정된 기회를 잡아 개막전 주전 좌익수 자리에 포진할 선수는 누가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김주현-김문호-박헌도-이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