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경기 출장 미련 버린 황재균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팀에 폐를 끼치면서까지 기록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황재균(29)이 애착을 갖고 있는 기록이 있다. 바로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이다. 그는 현재 594경기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4시즌 동안 풀타임을 소화했다. 현역 선수 중에는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철인’의 이미지를 쌓고 있다.
그러나 황재균은 누구도 쉽게 달성하기 기록에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지난해가 생각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황재균은 지난해 타율 2할9푼 26홈런 97타점 95득점을 기록,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하지만 팀이 힘을 써야 할 후반기에 정작 본인은 힘을 쓰지 못했다. 후반기에는 타율 2할6푼7리에 머물렀고 홈런도 4개 밖에 추가하지 못했다. 벌크업으로 몸무게를 늘린 것이 오히려 체력에는 독이 됐다.
후반기의 체력 저하는 그를 각성하게 했다. 팀이 먼저라는 것을 깨달았다. 황재균은 “지난해 후반기에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 연속경기 출장에 미련을 버렸다. 내가 죽을 것처럼 힘든데 굳이 기록을 이어가야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젠 '팀에 폐를 끼쳐가면서까지 기록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 건가'라는 생각했다. 쉬어갈 때는 쉬어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을 우선시 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채찍질도 멈추지 않았다. 생애 최고의 성적을 거둔 지난해의 타격폼을 바꿨다. 다리를 높게 들어 올리는 레그 킥 동작을 간소화했고 백스윙도 간결하게 바꿨다. 히팅포인트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짧게 하면서 정확도를 높이고 힘을 보다 응축시켜 전달하려는 폼이다. 모두 체력 저하에 대한 대비였고 성적에 대한 욕심이었다.
바뀐 타격폼으로 지난 2월 초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가진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평가전에서 ‘괴물’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로 깨끗한 우전 안타를 뽑아내기도 했다.
황재균은 “주위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타격폼을 왜 바꾸려고 하느냐고 하는데, 모두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욕심에서다”면서 “아직은 생각대로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타격폼을 정립해 가는 과정이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벌크업 과정을 지난해보다 더욱 발전시켰다. 근육량은 물론 체지방량을 더욱 낮췄다. “(체지방량을) 수치적으로 측정하진 않았지만 체지방량을 더 낮췄고 근육량을 늘렸다. 점프나 순발력 훈련을 통해 체력적인 면을 대비했다”는 것이 황재균의 말이다.
올해 주장으로 선임된 강민호는 “황재균만 잡으면 된다”는 뼈있는 농담으로 황재균에게 중고참으로서의 책임을 지웠다. 황재균은 “그동안 나만 운동하면 됐는데, 이젠 (강)민호 형이 많은 것을 시키더라”면서 멋쩍은 듯 웃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롯데의 캐치프레이즈는 ‘팀 퍼스트, 팬 퍼스트’다. 이창원 대표이사는 물론 조원우 감독까지, 팀을 먼저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구단 전체에 전파했다. 황재균도 이제 '팀 퍼스트'다. 지난해의 각성, 그리고 각성을 통해 생겨난 욕심의 지향점은 결국 팀이었다. ‘팀 퍼스트’의 정신 아래 황재균도 자신의 성적과 팀의 4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목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울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