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다한 양동근 얼굴, 이세돌이 보였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3.13 06: 10

천하의 양동근(35, 모비스)이 무너졌다. 최선을 다했지만 혼자 승부를 뒤집을 힘은 없었다. 
울산 모비스는 12일 오후 5시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고양 오리온에게 59-76으로 졌다. 모비스의 올 시즌은 4강서 3연패로 끝났다. 챔프전 3연패를 달성했던 모비스는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번 시리즈에서 양동근은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1,2차전 평균 10득점으로 침묵했던 양동근이다. 장기인 3점슛은 하나도 림에 꽂지 못했다. 1,2차전 후반전 양동근이 터트린 득점은 단 2점에 불과했다. 양동근의 부진은 모비스 2연패에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 제아무리 양동근이라도, 수비수 6명을 혼자 번갈아 상대하며 팀을 이끌기에는 부담이 컸다. 

3차전서 양동근은 심기일전했다. 1쿼터 한호빈과 최진수의 수비에 막혀 무득점에 그쳤다. 2쿼터 양동근은 4득점을 넣으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양동근의 활약에 따라 모비스의 분위기는 크게 좌우됐다. 후배들도 ‘(양)동근이 형이 해주겠지’라는 믿음이 컸다. 추일승 감독이 “양동근 손에서 나오는 득점과 패스에서 모비스가 힘을 얻는다. 그걸 차단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였다. 
오리온은 3쿼터 4명의 선수가 돌아가며 18득점을 합작했다. 모비스에서 믿을 선수는 양동근 하나였다. 양동근이 홀로 5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점수 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결국 양동근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총 12점으로 승패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3쿼터 양동근 답지 못한 플레이가 나왔다. 패스미스를 범한 양동근은 장재석에게 속공을 허용했다. 끝까지 따라가 파울로 끊었지만, 나와서는 안 될 플레이였다. 고개 숙인 양동근은 자책하며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국가대표 주장으로 항상 당당한 양동근에게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양동근의 표정은 마치 이세돌 9단(33)을 연상시켰다. 경기가 열리는 중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3연패를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세돌 9단은 평소처럼 공격적인 수를 두고도 첫 승에 실패했다. 모든 수를 다 써봤지만, 이길 수 없는 승부였다. 양동근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최선을 다했지만, 여러 명이 동시에 터진 오리온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경기 후 양동근은 “내가 못해서 진 경기였다”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프로농구서 챔프전 5회 우승을 경험하며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양동근이다. 아직도 양동근은 36세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기량과 강철체력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양동근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길 수 없었던 양동근의 얼굴에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양=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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