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센터가 없는 오리온이 챔프전에 올라갔다. 이승현(23, 오리온)의 공이 컸다.
고양 오리온은 12일 오후 5시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울산 모비스를 76-59로 눌렀다. 오리온은 2002년 우승 후 무려 14년 만에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결승상대는 KCC 혹은 KGC다. 2승 1패로 앞선 KCC가 유리한 형국이다.
경기 후 추일승 감독은 승리에 공헌한 선수로 이승현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추 감독은 “골밑에서 이승현 칭찬을 안할 수 없다. 수비를 다 해냈다. 고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챔프전에 가서 꼭 우승하겠다”며 기뻐했다.

그럴 만했다. 오리온은 외국선수로 득점기계 애런 헤인즈(200cm)와 가드 조 잭슨(180cm)을 선발했다. 헤인즈는 득점능력은 출중하지만 몸무게가 89kg에 불과한 깡마른 체형이다. 2m가 넘는 근육질 외국선수들을 수비하기에 애로사항이 많다.
오리온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이승현이었다. 힘이 장사인 이승현은 상대 외국선수를 도맡아 수비했다. 2015 아시아선수권에서 아시아 최고센터 하메드 하다디(218cm, 125kg)를 육탄으로 방어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이승현이 버텨주면서 헤인즈와 잭슨도 마음껏 공격도 전념할 수 있었다.
이승현은 “데뷔 후 2시즌 만에 챔프전에 진출해서 너무 뜻 깊다. 나에게 행운이다. 3연승으로 끝내서 앞으로 시간이 있다. 체력을 잘 준비해서 챔프전에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기뻐했다.
정통센터가 없는 오리온은 장신포워드들의 유기적인 ‘스위치 디펜스’를 통해 약점을 극복했다. 이승현은 “우리가 장신이 많다. 센터가 없지만 장신 포워드가 많아 스위치 디펜스에 자신 있었다. 모비스가 공격할 때 그것을 잘해서 3번 다 이겼다”고 평가했다.
만약 KCC가 챔프전에 올라온다면 이승현 대 하승진의 대결이 핵심이 된다. 물 오른 하승진은 4강 3차전까지 평균 13.3점, 15.3리바운드, 1.3블록슛의 가공할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이승현은 하승진과의 대결이 성사된다는 전제하에 “하승진이 형이 페이크하고 발 빼고 (슛을) 올려놓은 것 처음 봤다. 그만큼 웨이트가 너무 좋아졌다. 작년에도 승진이 형을 막을 때 고전했다. 승진이 형 체력을 뺏는 게 먼저다. 내가 속공에서 많이 뛰어다니며 공략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전체 1순위와 신인왕, 국가대표를 거친 이승현은 이제 프로 첫 우승에 도전한다. 엘리트 코스를 착실하게 밟고 있다. 이승현은 “상대가 KGC든 KCC든 우리가 공격은 밀리지 않을 것이다. 두 팀 중 누가 오더라도 내 역할과 움직임은 똑같다”면서 챔프전 변함 없는 활약을 예고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양=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