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임시방편이었지만 결과는 만점이었다.
수원 FC 조덕제 감독은 13일 전남 드래곤즈와 2016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유지노와 이광훈이 전남전을 앞두고 갑자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선발 명단 구상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 조덕제 감독의 선택은 김근환(30)이었다. 조덕제 감독은 김근환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기로 했다. 중앙 수비수인 김근환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경험이 없었다. 승부수라기 보다는 임시방편에 가까운 기용이었다.

조 감독은 "유지노와 이광훈이 갑자기 부상을 당해서 김근환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하게 됐다. 전남이 스테보, 오르샤, 유고비치 등 공격진이 좋고 허용준까지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그래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본 적이 없는 김근환을 넣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193cm의 장신을 자랑하는 김근환은 제공권 장악 능력과 대인 마크가 좋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능력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익숙하지 못한 포지션에서 뛰는 건 능력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조덕제 감독도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조 감독은 "김근환이 훈련을 계속한 만큼 몸상태는 올라왔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에 대한 익숙함이 없었다. J리그에서 오래 뛰었지만 중앙 수비수로 뛰었다"며 "3일 동안 고민하다가 기용을 결정했다. 수비할 때 스테보를 잡으라는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김근환은 조덕제 감독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했다. 수비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능력은 부족했지만 스테보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김근환은 스테보와 몸싸움을 이겨내고 제공권을 완전히 가져왔다. 자신의 장점이 사라진 스테보는 확실한 기회를 잡지 못하고 후반 30분 홍진기와 교체됐다.
김근환의 활약 속에 수원은 전반적으로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전남이 강점으로 평가 받았던 공격에서 힘을 내지 못하는 만큼 수원은 자신들이 원하는 축구를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전에서의 결정력 부족에 골을 넣지 못해 0-0으로 경기를 비긴 것은 아쉬움이 남았다. /sportsher@osen.co.kr
[사진] 광양=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