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이미 내줬다. 하지만 3연패 후 바둑 인공지능을 상대로 역사적인 감격의 첫 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상대로 거둔 첫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세돌 9단이 드디어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던 알파고를 꺾었다. 알파고가 전에 볼 수 없었던 이해할 수 없는 악수를 놓은 것도 한 몫을 했다.
백돌을 잡은 이세돌 9단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알파고와의 제 4국에서 승리를 거뒀다. 180수만에 불계승이었다.
전날 3국에서 불계패하며 3연패, 알파고에 우승을 내준 이 9단이었다. 압박감과 부담감에서는 조금 벗어났지만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는 이날과 15일 있을 마지막 제 5국 뿐이라는 점에서 초조할 수 있었다.

이 9단은 우상귀 화점에 첫 수를 둔 알파고에 대항해 좌하귀 화점으로 받으며 대국에 나섰다. 이는 지난 2국과 같은 진행. 이는 흑11수까지 똑같이 진행됐다. 그러다 백12수에서 이 9단이 우하귀에 변화를 주면서 본격적인 새로운 바둑에 돌입했다.
이 9단은 좌변 34수째부터 38수까지 예상치 못한 수를 뒀다. 이날 해설위원으로 나선 송태곤 9단은 이를 두고 "마치 알파고화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34번이 가장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수였다"고 풀이했다.
본격적인 전투는 이 9단의 우상귀 백40수부터 시작됐다. 흑진영에 깊숙히 침입해 상변을 넘봤다. 이후 69수까지는 백과 흑이 팽팽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중앙 백70수에서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 변화가 생겼다. 알파고가 흑71수로 응수하자 72수를 두기까지 이 9단은 상당한 장고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 형세는 알파고로 기울어졌다.
그런데 우변에서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알파고가 흑87부터 93까지 연속 이해할 수 없는 수가 나오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좌하귀 흑97에서는 이날 송 9단과 함께 해설위원으로 나선 하호정 4단이 "알파고가 랙이 걸린 것 아닌가"라며 어이없어 할 정도의 악수가 나왔다. 그만큼 상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수. 알파고의 엉뚱해 보이는 수는 101수까지 이어졌다.

이후 분위기는 이 9단의 완승 분위기. 관건은 이 9단이 초읽기에 몰린 것이었다. 결정적인 실수만 나오지 않으면 이길 수 있는 흐름이었다. 지켜도 되고 상대를 압박해도 되는 상황. 이 9단은 그럴수록 흥분하지 않고 안전하게 두려고 노력했다.
알파고는 흑113부터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손해 본 형세를 뒤집기 위해서 다양한 수로 이 9단에 대항했다. 실제 이 9단의 조금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추격에 나섰다. 그러나 앞서 저지른 실수가 워낙 컸기 때문에 승부를 다시 뒤집지 못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대국인 제 5국은 하루를 쉬고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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