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성(41) KEB하나은행 코치는 팀의 사상 첫 챔프전 진출 뒤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KEB하나은행은 지난 13일 부천체육관에서 개최된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3전2승제) 3차전서 KB스타즈를 66-65로 힘겹게 제압했다. KEB하나은행은 1패 뒤 2연승을 기록하며 극적인 첫 챔프전 진출의 역사를 썼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16일부터 절대강자인 춘천 우리은행과 5전3승제의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KEB하나은행의 챔프전 진출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서 패하며 벼랑 끝에 몰린 KEB하나은행은 2차전을 앞두고 뜻밖의 변수를 맞았다. 신기성 코치의 신한은행 차기 감독 내정설이 보도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중대 일전을 앞둔 터라 박종천 KEB하나은행 감독을 비롯한 구단 전체가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박 감독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 3차전을 앞두고 만난 박 감독은 "매니저를 불러 선수단의 분위기를 물었다. 동요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 정공법을 택했다"면서 "신 코치와 선수들을 불러 '축복하는 자리다. 왔다 갔다 하는 게 프로의 세계다. 잘하라'고 축하했다"고 밝혔다.
이어 "2년간 동고동락한 코치가 팀을 떠나 감수성이 예민한 선수들이 눈물을 흘렸다"면서 "선수들을 불러모아 '신 코치에게 조그만 선물을 주려면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위기를 잘 넘겼다"고 흐뭇해했다. KEB하나은행은 고비였던 2차전을 만회한 뒤 이날 3차전까지 잡아내면서 사상 처음으로 챔프전에 올랐다.
난감한 당사자인 신기성 코치는 시즌이 끝난 뒤 자연스레 밝혀지길 원했지만 정보가 새 나가면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챔프전에 진출한 뒤 선수들에게 '너희들에게 큰 빚을 졌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고 했다. 선수들의 대답은 의외로 호쾌했다. "코치님 빚 꼭 갚으세요."
신기성 코치는 박종천 감독을 보좌하며 선수단을 잘 이끌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신 코치가 팀을 하나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면서 "신한은행에 가서도 잘했으면 좋겠다"라며 정들었던 신 코치에게 아쉬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신기성 KEB하나은행 코치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한은행 지휘봉을 잡기 전 할 일이 남았다. 신 코치는 "챔프전 진출로 1차 목표는 달성했다. 우리은행을 맞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입술을 깨물었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