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위원회가 올해부터 기록지를 한글로 표기한다.
KBO 공식 기록원들은 지난 8일부터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모든 공식 기록지에 선수명과 야구 용어를 한글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 선수나 한글 이름을 제외한 선수들의 이름을 한자로 표시했고 보살, 자살 등 기록 관련 용어들도 한자로 인쇄됐으나 이제는 한글로 모든 표기가 단일화된다.
박정진, 정우람(이상 한화), 김하성(넥센) 등 한글 이름을 가진 선수들도 성(姓)은 지금까지 한자로 표기돼 왔다. 1982년 원년부터 공식 기록지는 동명이인의 혼돈을 막고자 한자로 표기돼 왔으나 이제 사회 전반적으로 한자를 거의 쓰지 않는 문화 속 야구 기록도 현대화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13일 김제원 KBO 기록위원장은 OSEN에 "지금까지 꾸준히 한글 표기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 언론도 그렇고 기록에 관심이 있는 일반 팬들도 한글로 써줄 것을 요청했다. 사회적으로도 지난해 법조문이 한글 표기(한자 병기)로 바뀌었더라. 우리도 사회 전반적인 변화에 맞출 때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기록원들도 새로운 선수가 등장할 때마다 일일이 KBO 공식 가이드북과 한자사전을 찾아 선수명을 적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게 됐다. 김 위원장은 "기록원들은 대부분 한자 표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론이나 일반 팬들이 보기 편하게 바꿔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LG에 있는 두 이병규는 한자가 달라서 표기에 혼돈이 없었지만 한글로 표기하게 되면 기록지에 똑같은 이름이 올라가게 된다. 김 위원장은 "같은 이름이 나오면 성 앞에 등번호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살, 보살 같은 의미를 알기 어렵던 용어는 각각 풋아웃, 어시스트 등 메이저리그식 용어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사회인 야구도 통합 기록 사이트가 생기면서 야구를 직접 즐기는 일반 팬들에게도 기록이 중요해졌다. 기록위원회가 주최하는 기록강습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김 위원장은 "사회인 야구도 기록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최근 급증한 젊은 야구 팬들은 적극적이고 분석적이다. 우리도 기록 쪽에서 그 부분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 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신문에서도 한자를 잘 찾아보기가 어려운 시대가 됐다. 불필요한 일을 덜고 좀 더 쉽게 기록을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기록의 한글화다. 김 위원장은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는 등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야구에도 일어나고 있다. 기록 쪽에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한글화의 의의를 전했다. /autumnbb@osen.co.kr
[사진] 한글로 표기된 선수명(위)-한자명 표기와 한글명 표기의 변화(아래). 김형준 기록위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