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UP' OK저축은행, 1년 전 파도 재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3.14 06: 06

비주전 선수들의 몸짓에 선수단 각성
‘분위기 살아났다’ 챔프전 확정 지을까
“뭔가 득점이 나고, 블로킹을 하는 등 경기를 잘해도 분위기가 유독 안 살았다”

OK저축은행은 2015-2016 NH농협 V-리그 정규시즌에서 2위에 머물렀다. 이도 좋은 성적이었지만 아쉬움이 컸다. 5라운드까지만 해도 정규시즌 1위를 기록하고 있었던 OK저축은행이었다. 챔피언결정전 직행이 보였다. 그러나 시즌 막판 힘이 떨어졌다. 18연승의 파죽지세를 탄 현대캐피탈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주저앉았다.
성적도 떨어진데다 부상자도 많았다. 주전 세터 이민규가 어깨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주전 센터 김규민도 결국 부상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팀 전력에 들어오지 못했다. 강영준, 송희채 등 나머지 선수들도 부상이 오거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시기가 이어졌다. 전체적인 팀 분위기에 침묵이 깔렸다. 주축 공격수 송명근은 “잘해도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2월 25일 현대캐피탈에 패배하며 정규시즌 우승이 좌절된 김세진 감독은 재빨리 포스트시즌 대비에 들어갔다. 29일 안산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 주축 선수들을 모두 제외했다. 지친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백업 선수들의 경기력을 점검하겠다는 의도였다. 예상대로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완패가 팀 분위기를 되살리는 결정적인 한 수가 됐다. 선수 기용의 결정권자인 김세진 감독도 예상치 못한 효과였다.
모처럼 기회를 얻은 후보 선수들이 분전했다. 갈 길이 바쁜 대한항공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전병선이 15점, 심경섭이 13점을 올리는 등 그간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던 선수들이 분전했다. 1세트에서는 24-26으로 졌고, 3세트에서는 28-30으로 졌다. 독한 투지였다. 경기 후 김세진 감독도 박수를 쳤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희망을 봤다”라고 고마워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신예들의 패기로 정상까지 집어삼켰다. 거칠 것이 없었다. 잃을 것이 없는 OK저축은행이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승을 지켜야 할 상황이었다. 선수들은 알게 모를 부담감에 짓눌렸다. “지난 시즌만한 분위기가 나오지 않았다”라는 김 감독과 선수단의 이야기는 이러한 지점과 맞물려 있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전에서의 분전은 선수들이 잠시 잊고 있었던 투지를 살리는 계기가 됐다.
송명근은 “오히려 그 패한 경기에서 원래 우리가 가장 잘했을 때의 모습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나도 밖에 있을 때 많은 것을 느꼈다. 밖에서 보고 있는데 뭔가가 설레고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라고 말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당시 “꼭 한 세트를 잡아 한 세트를 더 하자”라고 의지를 다졌다. 절실함, 패기, 투지. OK저축은행이 가장 좋을 때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보여줬다. 이를 지켜본 주전 선수들도 마음을 다잡았다.
분위기는 살아났다. 다시 뛰는 OK저축은행이다. 12일 안산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흔히 말하는 적당한 ‘오버’가 엿보였다. 세리머니는 컸고, 공격 성공 하나에 기쁨을 드러냈다. 두려움 없는 강서브는 이날 최대 승인이었다. 여전히 전력 공백은 큰 OK저축은행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야성과 분위기를 되찾는다면 이번 봄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구석이 있다. OK저축은행은 14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서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정을 노린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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