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그로저' 삼성화재, 챔프전 신화 깨졌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3.14 21: 20

삼성화재, 12시즌 만에 챔프전 진출 실패 
그로저, 3세트 중반 어깨 통증에 무너져
삼성화재의 11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 신화가 깨졌다.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 좌절된 것이다. '괴물' 괴르기 그로저가 투혼을 발휘했지만 그에게도 한계가 있었다. 

삼성화재는 1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OK저축은행과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3(18-25, 25-20, 19-25, 20-25) 패배를 당했다. 지난 12일 안산에서 열린 1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OK저축은행에 셧아웃으로 무릎을 꿇으며 챔프전 진출이 물거품 됐다. 그로저는 26득점을 올렸지만 범실 15개로 무너졌다. 
1차전부터 시몬을 앞세운 OK저축은행의 파상공세를 견뎌내지 못하며 리시브가 무너진 삼성화재는 한 번 빼앗긴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이날 2차전도 1세트 초반부터 리시브 불안으로 공격패턴이 단조로워졌고, OK저축은행의 블로킹에 번번이 막혔다. 특히 3세트 중반 그로저가 어깨 통증을 호소했고, 작전 타임 중에도 찜질을 해야 했다. 결국 김명진으로 교체되며 휴식을 취했다. 3세트 승기를 빼앗긴 삼성화재는 4세트를 대비했다. 
짧게나마 휴식을 취한 그로저는 4세트 들어 다시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더 이상은 강력한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4세트 초반부터 그로저의 공격이 계속해서 코트 밖으로 빗나가는 범실이 됐다. 직선공격마저 벗어나더니 박원빈의 블로킹에 막혀 무릎을 꿇었다. 강그로저는 타가 안 되자 연타로 방법을 바꿨지만 통하지 않았다. 4세트에만 범실 6개로 자멸. 그로저의 공격점유율이 떨어지자 삼성화재도 버틸 힘이 없었다. 그로저가 지차자 삼성화재가 무너진 것이다. 
이로써 삼성화재는 지난 2005년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프전 무대도 밟아보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해까지 11번의 시즌 모두 챔프전에 오른 삼성화재는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7연속 우승 포함 총 8번 우승을 달성했고, 나머지 3시즌도 최소 준우승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이어 챔프전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 플레이오프에서 미끄러졌다. 
20년간 팀을 이끈 신치용 전 감독이 단장으로 승진되고, 임도헌 신임 감독 체제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 삼성화재는 개막 3연패에 빠지며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외국인선수 그로저가 뒤늦게 합류한 뒤 팀에 녹아들기 시작한 11월 중순부터 7연승을 달리며 반등했지만, 국내 선수들의 부진으로 한 때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도 놓였다. 
뒷심을 발휘한 끝에 정규리그 3위로 마쳤지만 4위 대한항공과 승점이 2점차밖에 되지 않아 준플레이오프 단판승부를 치러야 했다. 대한항공을 3-1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하루 쉬고 경기를 반복하는 타이트한 일정에 발목이 잡았다. 그로저가 눈에 띄게 지쳤고, 국내 선수들의 불안한 리시브로는 OK저축은행에 꺾을 방법이 없었다. 
12시즌 만에 처음으로 챔프전 진출이 좌절된 삼성화재이지만 소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레프트 류윤식과 최귀엽이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며 경험을 쌓았고, 그로저로 인해 출장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라이트 김명진의 성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명가재건을 위해서라면 그로저 없이도 강한 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2년 연속 우승 실패, 이젠 '최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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