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그로저' 삼성화재에 주어진 과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3.15 06: 20

삼성화재, V-리그 첫 챔프전 좌절
외국인 의존도 낮추기 최대 과제
삼성화재 신화가 무너졌다. V-리그 출범 이후 11시즌 연속 이어온 챔피언 결정전 진출 기록이 깨진 것이다. 이제 왕좌 자리에서 내려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삼성화재는 14일 OK저축은행과 플레이오프 2차전도 1-3으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2연패로 챔프전 진출이 좌절됐다. 11번의 시즌 모두 챔프전에 올라 8번의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일궈낸 삼성화재에 너무 일찍 찾아온 시즌 마감이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정규리그 3위로 어렵게 봄배구를 이어간 삼성화재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대한항공을 꺾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OK저축은행에 무릎을 꿇었다. 정규시즌처럼 외국인선수 괴르기 그로저에게만 의존한 배구로는 하루걸러 경기하는 타이트한 봄배구 일정을 견디기는 한계가 있었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라이트 공격수 그로저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6번의 트리플 크라운 포함 리그 최다득점(1073점)과 함께 V-리그 사상 첫 100서브(102개)를 성공시키며 위력을 뽐냈다. 시즌 도중 올림픽 예선을 위해 독일대표팀에 차출되는 강행군에도 제대로 된 휴식없이 뛰고 점프하고 때렸다. 
그러나 거듭된 투혼으로 그로저의 몸 상태는 점점 지쳐만 갔다. 무릎 건초염에 시달렸고, 그 이후에는 어깨 통증이 찾아왔다. 준플레이오프 이후 그로저는 "무릎은 보호대를 차고 뛰면 괜찮다. 공을 많이 때리다 보니 어깨가 좋지 않은데 당장은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근성을 보였지만 결과는 안 좋았다. 
그로저는 플레이오프 2차전 1-1로 맞선 3세트 중반부터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어깨 찜질을 받으며 통증을 억눌렀지만 쉽지 않았다. 3세트 막판 휴식을 취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4세트 그로저답지 않게 범실 6개를 남발했고, 삼성화재는 그대로 무너져 내려앉았다. 지친 그로저를 대체할 방법이 없었다. 
V-리그는 남자부도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자유계약보다 연봉이 낮아지기 때문에 그로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V리그를 떠날 가능성이 크다. 삼성화재와 그로저의 다사다난했던 동거도 한 시즌으로 끝날 게 유력하다. 삼성화재도 이제 '슈퍼 외인' 없이 홀로서야 한다. 
삼성화재는 그로저 이전에도 가빈과 레오로 이어지는 강력한 외인 공격수에 절대 의존하는 배구를 해왔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지났고,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지난해 OK저축은행에 이어 올해 현대캐피탈이 포지션에 관계없이 선수 전원이 공격과 수비에 참여하는 업템포 1.0 스피드 배구로 리그를 지배했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챔프전 진출 실패가 확정된 뒤 "감독 첫 시즌인데 아쉬움이 많고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내 자신을 많이 돌이켜봐야 할 듯하다. 잘 준비해서 내년 시즌에는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다"며 "그로저는 어깨가 안 좋았지만 끝까지 잘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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