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활약 이후 5년간 활약 미비
투구폼 교정으로 올해 재도약 노린다
1군 무대에서 화려한 시절을 재현하기 위한 부활의 날갯짓일까.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재곤(28)이 완전한 잠수함 투수로 변신을 꾀한다. 그에게 다시 봄이 올 수 있을까.

이재곤에게 화창한 봄날은 2010년이었다. 혜성같이 1군 무대에 등장해 싱커성 패스트볼과 커브, 단 2개의 구종으로 롯데의 마운드를 지탱했다. 22경기 등판(124이닝) 8승3패 평균자책점 4.14의 성적을 거뒀다. 완투승도 한 차례 포함되어 있을 만큼 이재곤의 2010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당시 롯데 마운드에서 이재곤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이재곤은 이후 자신의 기량을 지속적으로 펼치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6점대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고 해가 지날수록 기회조차도 받지 못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이재곤도 그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올시즌을 앞두고 투구폼을 바꾸는 모험을 단행했다. 미세한 교정이 아니었다. 사이드암 스로의 궤적이 언더핸드 스로의 투구폼으로 바뀌었다. 옆에서 나오던 팔이 이제는 완전히 아래에서 나온다. 그의 주무기인 싱커성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를 극대화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지금까진 변화의 성과는 돋보인다. 이재곤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2경기(5이닝) 나와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3일 울산 LG전에선 3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시범경기 3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본인의 실책으로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주자를 내보낸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병살타 2개를 유도해내면서 스스로 위기를 헤쳐 나갔다. 땅볼 유도 역시 성공적이었다.
이재곤은 “이전까지 안되는 부분을 고치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지금 폼으로 바뀌었다. 사이드에서 언더로 바꿔서 던지고 있는데 이전보다 스트라이크가 마음 먹은 대로 잘 들어간다"면서 "이전에는 스피드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던졌다면 공의 무브먼트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도 계속 고쳐나가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공의 움직임은 더욱 현란해졌다. 문제는 제구력. 이재곤의 폼 교정은 제구력에서 기인했다. 2010년 이후 매년 이닝 당 1개에 육박하는 볼넷을 내줬다. 지난해는 13이닝을 던졌는데 볼넷은 18개에 달했다. 결국 바뀐 폼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구를 잡을 수 있느냐가 이재곤에겐 과제이자 숙명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이재곤을 여전히 잠재적인 선발 투수 후보로 놓고 있지만 고원준과 박세웅이 4,5선발 후보군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이재곤에게 선발 기회가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설사 이재곤이 선발 후보에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어깨부상으로 빠진 홍성민의 공백을 초반 잘 메워줄주고 1군 무대 한 자리를 꿰찰수만 있다면 롯데 투수진은 더 두꺼워진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롱릴리프로도 제격이다. 이재곤은 과연 올시즌을 재도약의 한 해로 만들며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투구폼 교정 이전인 2015년의 이재곤(왼쪽)-팔 각도를 내린 올해의 이재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