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울리는 '주장' 강민호의 목소리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03.15 06: 07

더 활발하면서도 솔선수범 잊지 않아
강민호만의 리더십으로 롯데 이끌어
“강주장, 너 왜 이렇게 시끄럽냐.”

지난 13일 울산 LG전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 덕아웃.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지나가던 주장 강민호를 향해 한소리 했다. ‘강주장’은 올해부터 주장을 맡은 강민호를 부를 때 조 감독이 쓰는 표현 중 하나다. 그러자 강민호는 곧장 조원우 감독 앞으로 다가와 손으로 목을 잡고 켁켁 거리며 “감독님, 목이 너무 아픕니다”라며 너스레를 떨고 가던 길을 다시 갔다.
조원우 감독은 “(강)민호가 전지훈련 때부터 덕아웃에서 고래고래 파이팅을 외친다. 시끄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감독의 얼굴엔 슬며시 미소가 띠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더욱 독려하는 모습에 내심 만족스러워 했던 것.
강민호는 올해 주장을 맡기 이전에도 덕아웃에서 파이팅을 자주 외치는 편이었다. 하지만 주장이 된 이후 강민호는 스프링캠프부터 더욱 앞장서서 덕아웃 분위기를 활기차게 이끌고 있다. 조원우 감독이 그동안 선숙단 투표로 선정되던 롯데의 주장 선임 관례를 깨고 직접 주장으로 임명한 선수가 강민호다. 그리고 강민호는 책임감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며 조원우 감독의 믿음에 답하고 있다.
이러한 강민호는 자신의 역할에 손사래를 친다. “형들도 많이 도와주고 또래 선수들도 많이 도와준다. 내 몫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은 주장으로서 할 일이 많이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하지만 강민호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난다. 덕아웃에선 시끄럽지만 그 뒤에선 조용히 솔선수범하며 자신의 목소리와 조 감독의 메시지를 팀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정훈은 “(강)민호 형이 아무것도 안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나와 (황)재균이, (손)아섭이에게 ‘우리가 해야 어린 선수들도 먼저 움직이지 않겠냐. 우리가 열심히 해야 한다’며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주장이 되고 팀을 많이 이끌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주장 임명 직후 “황재균만 잡으면 된다”면서 황재균에게도 책임감을 부여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강민호는 “재균이게게 많은 것을 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군말 없이 잘 따라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장의 존재감은 그라운드 안에서 보다는 그라운드 밖에서 더 두드러진다. 팀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냐, 감독이 추구하는 팀의 모습을 어떻게 구현하느냐 모두 주장의 역할에 따라 좌우된다. 그런 만큼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이 주장의 양 어깨 위에 놓인다.
하지만 주장의 책임감을 구현하는 방식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면서 선수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스타일이 있고, 활발하게 선수들과 융화되는 스타일이 있다. 강민호가 지금까지 보여준 주장의 리더십은 상반된 두 가지 스타일을 적절히 잘 섞였다. 어떻게 보면 완벽한 주장의 모습이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진 않았지만 강민호의 리더십은 올시즌 롯데를 바꿔놓을 수 있는 큰 무기가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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