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알세돌' 변신 이세돌, '흑'으로 보여줄 피날레는?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6.03.15 06: 50

스스로 불리함을 택한 '알파고화'된 '알세돌' 이세돌 9단이 마지막 대국에 나선다. 
이세돌 9단은 1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리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중 마지막 대국인 제 5국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대결한다.
우승은 이미 세 번째 대국에서 알파고에 넘겨줬다. 그러나 이 9단은 백돌을 잡은 4번째 대국에서 알파고의 오류를 유도하는 78수째 묘수로 승리, 자신의 명예는 물론 인류의 승리감을 안겨줬다. 

이제 이 9단은 남은 마지막 대국을 통해 또 한 번 알파고를 공략한다.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알파고의 실수, 즉 오류를 인정한 만큼 이 9단으로서는 5국에서 이를 재확인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9단은 자신을 좀더 혹독하게 내몰았다. 이 9단은 4국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5국에서는 흑으로 두고 싶다. 흑으로 이기는 게 더 값어치가 있다"면서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에 요청, 합의를 얻어냈다.
이번 대회는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을 적용한다. 선착을 두는 흑돌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9단은 알파고가 두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백보다는 흑을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알파고 앞에서 흑돌을 잡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만 이 9단은 또 다른 약점인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가 나오면 일종의 버그 형태로 진행되는 것 같다. 미처 몰랐던 수가 나오면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그대로 실전에서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이 9단이 4번의 대국을 통해 알파고를 어느 정도 파악했을 뿐 아니라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 스스로 깨달은 것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9단이 점점 알파고처럼 바둑의 형세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이는 4국에서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됐다. 현장 해설위원으로 나선 송태곤 9단은 "이 9단이 점점 알파고를 알아가고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 9단이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수를 두고 있다. '알파고화'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파고가 미세한 약점을 보인 만큼 5국에서는 좀더 재미있는 승부가 펼쳐지지 않을까"라며 예상했다.
이 9단이 '알파고화' 됐다는 것은 알파고가 어떤 전략, 혹은 어떤 알고리즘으로 자신을 상대하는 지 파악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이를 역이용하기 위해서는 역시 스스로 '알파고화'돼 알파고처럼 바둑을 둬야 한다. 그것이 4국에서 어느 정도 통했고 이를 5국에서 확인해보려는 의도다. 
승부욕은 기본적으로 가진 이 9단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둑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 9단은 인터뷰 때마다 "즐겼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만큼 인간계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경지에 있는 알파고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낀 모습이다.
이제 이 9단은 불리함 속에 스스로를 몰아넣으며 승부, 극한의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려 한다. 대신 기존의 이 9단이 아닌 '알파고화'된 이 9단으로 승부에 나서는 셈이다. 이처럼 '알세돌'로도 부를 수 있는 이 9단이 결과를 떠나 어떤 내용의 피날레를 보여줄지, 또 한 번 밝은 미소를 보여줄 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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