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들에게 '프로 선수'에 걸맞은 공인의식은 있는 것일까.
툭하면 터지는 프로야구 선수의 음주운전은 올해도 시즌을 앞두고서 터졌다. kt 오정복은 지난 13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103%로 나타났다. kt 구단은 10경기 출장정지, KBO는 15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건사고는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과거 정수근(은퇴)이 음주와 관련된 사건의 대표적인 선수. 정수근은 롯데 시절이던 2008년 만취상태로 폭행 사고로 KBO의 무기한 실격 징계를 받았고, 1년 후 복귀했지만 또 음주 관련 사고로 방출, 무기한 실격 징계를 되풀이했다.

최근만 하더라도, 지난해 LG의 정찬헌과 정성훈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 2014년에는 삼성 정형식이 음주운전 사고를 숨겼다가 발각된 후 임의탈퇴 신세가 됐다. 2013년에는 넥센의 김민우와 신현철이 각각 무면허 음주운전 접촉사고, 음주운전 뺑소니사고로 중징계를 받았다. 2012년에는 KIA 손영민(임의탈퇴)과 롯데 고원준(벌금 500만원)이 음주운전 사고자 리스트에 올랐다.
#최근 KBO리그 음주운전 사례 및 징계
일시 선수 징계
2016년 3월 오정복(kt) 15경기 출장 정지
2015년 9월 정성훈(LG) 잔여경기 출장 정지
2015년 6월 정찬헌(LG) 잔여경기 출장 정지
2014년 9월 정형식(삼성) 임의탈퇴
2013년 6월 김민우(넥센) 3개월 출장 정지
2013년 6월 신현철(넥센) 4개월 출장 정지
2012년 12월 고원준(롯데) 벌금 500만원
2012년 9월 손영민(KIA) 임의탈퇴
이쯤되면 매년 프로야구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고는 되풀이된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운 좋게' 경찰에 입건되지 않는 음주운전도 있을 수 있다.
음주운전은 누구나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행위는 잠재적으로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행동이다. 음주운전으로 선량한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음주운전은 타인의 목숨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자 자신의 인생까지 망칠 수 있다. 두산 김명제는 2009년 음주운전 사고로 척추 골절상을 당해 선수 생명을 마감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인생이 소용돌이쳤다. 안타까운 일이다.
김인식 KBO 규칙위원장은 "감독 때 시무식이나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 반드시 선수들에게 하는 말이 있었다. '음주운전 절대 하지 마라'로 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다칠 수 있고,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구단에까지 피해가 간다"며 강조했다. 그렇게 숱하게 주의를 줘도 모든 사건을 예방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선수 개개인의 의식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음주 운전은 절대 금지)을 어떤 경우에서라도 실천하는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음주운전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구단과 KBO가 예방 교육을 한다 해도 결국은 선수 본인의 판단과 행동이 결과를 낳는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고가 매번 반복되고, 주변 동료의 잘못을 지켜보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별로 없는지도 모른다. 프로야구 선수도 공인이다. 공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형사처벌 외에도 사회적인 비난이 뒤따른다. 한번 붙은 꼬리표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한 두 시즌 야구를 잘하면 수억원의 연봉을 받지만, 그에 뒤따르는 책무와 모범을 갖춰야 한다.
선제 예방이 제대로 안된다면 일벌백계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그런데 KBO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징계는 고무줄 잣대다. 오정복은 1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정찬헌과 정성훈의 징계와는 차이가 난다.
KBO는 오정복의 징계에 대해 “규약에 자진신고일 경우 징계를 경감한다는 조항이 있다. 오정복은 음주운전 사고가 아닌 음주운전 적발로 과거 비슷한 사례에 비해 징계수위가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성훈은 8월 대리운전으로 귀가한 후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옮기다 경찰에 적발됐다. 9월 15일 뒤늦게 구단이 사실관계를 알고는 이후 잔여 경기에 출장 정지했다. 2012년 고원준은 음주운전 사고를 냈지만 비시즌인 12월이라 출장 정지 징계는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때그때 징계에 원칙이 부족하다.
KBO가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더 엄격한 징계를 내밀어야 한다. 음주운전을 하면(다행히 사고나 피해자가 없더라도) 엄청난 징계와 개인적인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새겨줘야 매년 음주사고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조금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