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서는 불안, 시범경기서 반전
인성에 이어 방망이 실력으로도 주목
닉 에반스(30, 두산 베어스)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반전의 2개월이다.

에반스는 영입 이전부터 다른 팀 외국인 타자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이긴 하지만 에반스의 장타력은 에릭 테임즈(NC), 윌린 로사리오(한화) 등과 비교하기엔 무리였다. 기대치 역시 그리 높지는 않았다.
1월에 계약한 뒤 합류한 스프링캠프에서도 좋은 페이스는 아니었다. 에반스는 전지훈련 기간 7차례 연습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9푼(21타수 4안타)으로 부진했다. 홈런 하나가 있었으나 삼진을 총 10번이나 당한 것이 흠이었다. 헛스윙을 할 때 공과 방망이의 거리가 눈에 띄게 먼 적도 많았다.
그러나 시범경기에 들어와 180도 변했다. 최근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해낸 것을 포함 타율 4할2푼9리(21타수 9안타), 1홈런 5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타격 순위는 백상원(삼성)에 이은 리그 2위다. OPS는 1.145에 달한다.
삼진이 확실히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21타수를 소화한 시점. 스프링캠프에서는 10개였던 삼진이 시범경기 들어서는 3개로 줄었다. 볼넷은 2개 얻었는데, 지금의 볼넷/삼진 비율은 당초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경기는 세 타석 연속 적시타를 터뜨린 지난 13일 마산 NC전이었다. 당시 그는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경기 후 에반스는 “누구나 새 리그와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지 못해 심리적으로 힘들었지만 코치, 동료들의 격려와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편안하게 임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그 덕분에 마음을 차분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 덕을 보지 못했던 김태형 감독은 최대한 기대를 아끼려 한다.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외국인 타자에게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던 그는 “에반스는 시즌 끝까지만 갔으면 좋겠다”며 최소한 중도에 퇴출당하지 않을 정도로만 활약 해주면 괜찮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지난 주말 NC와의 2연전을 앞두고도 그는 “잘 하기를 바라고는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며 웃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나타나는 에반스의 타격은 슬슬 기대를 부르는 중이다. 팀이 원하는 해결사의 모습에 가까운 타격을 해주고 있다. 호주와 일본을 오간 스프링캠프에서는 혼자서도 한국어 숫자 읽기를 익혔던 영리한 면모와 팀에 융화되는 인성만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 본연의 임무인 방망이로 이목을 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평가를 뒤집은 계약 후 2개월, 극적 반전의 시간이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