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장고 끝 히스 대신 마에스트리
연봉보다 큰 옵션, 엔화 계약의 이유
한화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화는 지난 15일 마지막 남은 외국인선수 한 자리에 이탈리아 출신 우완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31)를 영입했다. 총액 5000만엔의 조건으로 시즌 개막에 앞서 외국인선수 3명 구성을 완료했다. KBO 등록명은 '알렉스'가 아닌 '마에스트리'로 최종 결정됐다. 마에스트리 계약에는 3가지 특이사항이 있어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 히스 대신 마에스트리
일본프로야구 출신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고 있던 한화는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미국 출신 투수 듄트 히스를 불러 입단 테스트를 가졌다. 일본에서 3차례 연습경기에 선발로 나와 테스트 받았지만, 구위에 비해 밋밋한 변화구 문제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히스는 일본에서 지난 2년간 50경기 3승6패4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했다. 지난 4년간 마에스트리가 일본에서 기록한 96경기 14승1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44보다 뛰어난 성적. 지난해 일본에서 연봉도 히스가 3배 더 많을 정도로 급 차이가 있었다. 히스와 계약을 포기하며 마에스트리를 데려온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하지만 한화도 사정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탈락할 선수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에스밀 로저스의 팔꿈치 상태가 안 좋아 개막 합류가 불투명한 시점에서 또 다른 외국인 한 자리를 비워두는 건 리스크가 너무 컸다. 이 때문에 당초 계약하지 않기로 한 히스 영입을 재고하며 메디컬 테스트를 했지만 몸 상태에 문제가 있었다. 이미 미치 탈보트를 허리 디스크 재발 가능성 때문에 포기한 한화가 히스를 안고 가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결국 지난주 가와지리 데쓰로 인스트럭터 추천을 받아 일본에 있던 마에스트리와 재빨리 접촉해 계약 합의했다. 두 사람은 일본 독립리그 군마 다이아몬드에서 함께 했고, 그 인연이 결국 한화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 연봉보다 많은 옵션
지난해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3000만엔의 연봉을 받았던 마에스트리는 한화와 총액 5000만엔에 계약했다. 그러나 보장된 연봉은 2000만엔이고, 옵션이 3000만엔으로 더 많다. 배보다 배꼽이 큰 계약에 대해 한화 구단은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고, 선수의 목표의식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개런티 계약이 아닌 이상 마에스트리의 신분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구단 입장에서는 시즌 도중에 교체하더라도 전액을 주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는 마에스트리와 계약은 했지만 여전히 미국 쪽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일본인 투수코치 출신 미야모토 노부히코 스카우트부장과 운영팀 직원이 미국에 나가 현지 선수들을 계속 물색하고 있다. 지금 당장 교체는 아니더라도 시즌 중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움직임이다. 지난해에도 한화는 8월 영입한 로저스 효과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김성근 감독 역시 "마에스트리는 좋으면 1년 내내 가는 것이고, 아니면 그 때 생각해볼 것이다"고 여지를 남겨놓았다. 물론 최고 시나리오는 마에스트리가 잘해주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충분하게 대비하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마에스트리는 보험용이다.
▲ 달러가 아닌 엔화
또 하나 마에스트리 계약의 특이사항은 달러가 아니라 엔화로 계약했다는 점이다. 지금껏 대부분 외국인선수들이 KBO 팀들과 달러로 계약해왔다. 일본인 외국인선수들도 SK 입단 당시 카도쿠라 켄 정도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달러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인 선수도 아닌 마에스트리가 엔화로 계약한 것은 궁금증을 낳는다. 5000만엔은 우리 돈으로 약 5억2000만원, 달러로는 약 44만2000달러 수준이다.
한화 관계자는 "마에스트리가 최근에 계속 일본에 있었다. 미국에 갈 이유가 없어 달러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선수 본인이 익숙한 엔화로 계약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출신 마에스트리는 최근 5년간 일본에 쭉 머물렀고, 미국으로는 떠난 적이 없었다. 한국인 선수로는 임창용이 2007시즌을 마치고 일본으로 진출할 당시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3년 계약을 하며 엔화가 아닌 달러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