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승부가 부른 3가지 관심사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6.03.16 05: 59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바둑 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세기의 대결'답게 수많은 화제를 뿌렸다. 
지난 9일 시작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끝난 이 대회는 알파고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알파고는 처음 예상을 완전히 뒤집고 이 9단에 4승 1패로 완승했다. 그동안 바둑 인공지능은 프로기사를 이기지 못했다. 체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 때문이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3연속 불계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어 많은 바둑 및 인공지능 전문가들로부터 찬사를 들었다. 이 9단은 감정 기복이나 체력 저하, 집중력 분산에서 자유로운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러나 전 세계 인류는 인간을 대표한 이세돌 9단에 열광했다. 

▲ 바둑으로 대동단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우선 바둑 자체에 대한 관심을 전국 단위로 끌어올렸다. 마침 이창호 9단을 모델로 화제가 됐던 tvN '응답하라 1988'의 등장인물 최택에 대한 관심과 이 역을 맡았던 배우 박보검에 대한 인기까지 더해져 거부감 없이 쉽게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바둑 자체에 대한 매력도 관심사였다. 이세돌-알파고 대결은 20년전 세계 체스 챔피언 그랜드마스터 가리 카스파로프와 IBM 딥 블루(Deep Blue)의 대결과 비교됐다. 바둑이 체스와 비교해 경우의 수가 10의 100제곱 이상 더 많을 정도로 복잡하다는 것, 그래서 인공지능 연구자들에게 바둑은 도전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것.
특히 중국 고대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 바둑은 현대 과학으로는 수치화 하기 힘든 요소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인간만이 가능한 형세를 읽고, 맥을 집는 '직관력'은 인공지능으로는 표현하기 힘들 것으로 봤다. 이런 요소들은 바둑 자체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불렀다.
▲ 알파고 그리고 이세돌
TV와 인터넷을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대국 장면이 생중계되면서부터는 두 주인공에 시선이 꽂혔다. 알파고가 이 9단을 상대로 3연속 불계승을 거두는 과정, 그 속에서 보여준 알파고의 흔들림 없는 냉철함, 상대적으로 이세돌이 인간으로서 보여준 다양한 표정들이 대비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알파고가 보여준 상식 밖의 착수들은 프로기사들을 열광시켰다. 인간의 눈에는 이상하면서도 허술하고 금기시 되다시피 한 수들이 대국 중,후반으로 가면서 각자의 의미를 찾아갔기 때문이다. 기존의 바둑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할 만한 가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실제 프로기사들은 알파고를 '알사범'으로 부르며 기량을 인정했고 기존의 바둑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대회를 마치고 나서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가 알파고에 명예 9단 인증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세돌에 대한 관심도 엄청났다. 전남 신안군 비금도라는 섬에서 태어났으며 아내와 딸을 둔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것. 목 뒤 점 때문에 '세돌'이란 이름을 얻었고 가족들이 모두 바둑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는 개인적인 것은 물론 조훈현, 이창호의 계보를 잇는 세계 바둑 최강 기사라는 점도 알게 됐다. 세계대회 우승횟수가 이창호 다음으로 많다.
무엇보다 이세돌이 그동안 기자회견을 통해 한 말들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특히 1~3국을 모두 내준 뒤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장면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 AI 포비아
이번 대국은 인공지능(AI)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나누는 촉발제가 됐다. 인공지능이 과연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꿔 놓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실생활을 돕는데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인공지능의 혜택은 인간이 보는 셈이다. 
하지만 많은 문제점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공지능을 누가 만들고 쓰느냐에 따라 악용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AI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뜨기도 했다. 최근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아이 로봇', 'A.I', '바이센테니얼맨'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영화들이 새롭게 다시 조명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아직 인공지능은 개발 초기단계다.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면서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툴을 활용, 과학 및 헬스케어 분야 등 인류에게 도움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국을 치렀던 포시즌스 호텔 특별대국장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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