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 “더블스토퍼 없다” 선언
임정우·정찬헌 중 한 명이 올 시즌 LG 운명 쥔 상황
집단 마무리, 혹은 더블스토퍼는 없다. 임정우와 정찬헌 둘 중 한 명만 수호신이 된다. 새로운 마무리투수 오디션을 진행 중인 LG 트윈스의 이야기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마무리투수 경쟁 구도에 대해 말했다. 양 감독은 “정우와 찬헌이 중 누구가 마무리투수가 될지는 시범경기가 다 끝나고 정할 것이다”면서 “더블스토퍼를 할 계획은 없다. 보직은 확실하게 정하는 게 좋다고 본다. 찬헌이가 지금까지 많이 던지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선 둘 다 괜찮다”고 밝혔다.
진행상황은 순조롭다. 시범경기 기간 임정우와 정찬헌 모두 평균자책점 0을 찍고 있고, 세이브 또한 나란히 두 개를 올렸다. 출발은 임정우가 앞섰으나 정찬헌도 페이스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임정우는 오키나와 연습경기부터 삼자범퇴 행진을 했고, 정찬헌은 스프링캠프가 끝난 후 궤도에 오르는 상황이다.
스프링캠프 전까지만 해도 양 감독은 둘 중 정찬헌에게 무게를 실었으나 임정우가 성장하며 고민에 빠졌다. 양 감독은 “정우가 제구에서 확실히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제구가 좋은 투수긴 했는데 작년까지는 어느 정도 기복이 있었다. 올해는 기복이 줄어들면서 꾸준한 투구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양 감독은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양 감독은 “지금 둘 다 세이브를 올리고 있지만 시범경기의 특성도 감안해야한다. 시범경기인 만큼, 상대팀들이 경기 후반에는 주축 선수들을 제외한다. 어쩌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처럼 3회나 4회에 선발투수 뒤에 바로 마무리투수를 넣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임정우는 이날 상대 중심타자와의 승부에선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8회말 1사 2, 3루 위기서 등판했지만, 로사리오에게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내줬다. 이후 내야수비 실책으로 두 점을 더 허용했고, LG는 역전패를 당했다.
LG는 긴 시간 동안 뒷문 부실로 고전해왔다. 21세기 이상훈과 봉중근 외에는 확실한 마무리투수가 없었고, 이는 10년 암흑기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온 2003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한 해 30세이브 이상을 올린 마무리투수는 2003시즌 이상훈과 2007시즌 우규민 둘 뿐이다. 암흑기 기간 마무리투수로 외국인투수를 기용해보기도 했으나 매니 아이바는 먹튀였고, 오카모토 신야는 해답이 아니었다. 진필중을 FA로 영입했는데 이 또한 꽝이었다.
올 시즌 LG의 운명도 마무리투수가 쥐고 있을 확률이 높다.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팀들 대부분이 확실한 마무리투수를 갖췄다. 경기 막바지 1,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 144경기 장기 레이스서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임정우와 정찬헌 중 한 명이 확실한 마무리투수로 자리 잡으면, LG는 오랫동안 뒷문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둘 다 20대 중반인 만큼, 앞으로 5, 6년 동안 LG의 수호신이 될 수 있다. 임정우가 군미필이지만, 마무리투수로 성공한 20대 투수가 국가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제대회 호성적을 통해 군면제 혜택을 받을 기회가 올 것이다.
임정우와 정찬헌 모두 마무리투수로 성공할 재능을 갖췄다.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각도 큰 커브와 헛스윙을 유도하는 위닝샷도 지녔다. 주자 견제에도 능하며 위기상황을 즐기는 강한 심장도 있다. 시즌 초반부터 세이브만 꾸준히 쌓는다면, LG의 이번 오디션은 해피엔딩이 될지도 모른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