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14연전·3차 캠프’ LG의 강제 스플릿스쿼드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3.16 06: 11

LG, 긴 원정길로 인해 경기조와 이천조로 나눈 상황
악조건 속에서도 정규시즌 준비 위해 고군분투
“다른 방법이 없었다. 원정 14연전을 그냥 다 치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LG 트윈스가 시범경기 기간 반강제적으로 팀을 두 개로 나눴다. A조는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시범경기를 치르고, B조는 이천에서 훈련 및 대학팀과 연습경기에 임한다. A조와 B조의 인원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각자의 컨디션과 훈련 상황에 맞게 A조와 B조를 오간다. 올 시즌 클린업에 자리할 확률이 높은 박용택 이병규(7번) 히메네스는 지난 주말 울산 롯데전에선 A조였는데, 주중 대전 한화전에선 B조로 옮겼다. 
고육지책이다. LG는 지난 8일 광주 KIA전부터 오는 23일 대구 삼성전까지 원정 14연전에 임하고 있다. 2주 동안 광주·마산·울산·대전·수원·인천·대구를 갔다가 시범경기 막바지 4경기 때 홈인 잠실로 돌아온다. 정규시즌에도 없는 원정 14연전이 시범경기 기간에 편성됐다. 약 6주에 걸쳐 진행된 1·2차 스프링캠프에 이어 3차 캠프를 하고 있다. 정규시즌 개막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선수들의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LG는 의도치 않게 스플릿스쿼드를 운용하고 있다. 
묘수를 짜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4월 1일 개막전까지 최상의 라인업을 구상해야 하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입장에선 더 그렇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원정 14연전을 그냥 다 치를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며 “상대 팀에서 경기 전후 훈련시간만 배려해주면 훈련이라도 어느정도 할 수 있을텐데 그게 쉽지 않더라. 경기 전 한 시간 타격연습으로는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할 수 없다. 많아야 3, 4번치고 타격훈련이 끝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나. 선수들 입장에선 타격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LG는 지난해에도 시범경기 기간 긴 원정길에 올랐다. 신예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기량을 향상시키며 큰 기대를 받았는데, 귀국 후 원정경기가 반복되자 하나둘씩 타격감을 잃고 상승세가 꺾였다. 정규시즌이 개막했을 때는 페이스가 완전히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양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 앞서 열린 감독모임에서 시범경기 기간 원정팀의 훈련시간을 배려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수도권 구단 감독이 반대의사를 보이며 양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 감독은 “어차피 돌고 도는 것 아닌가. 언젠가는 그 팀도 야구장 정비 같은 일로 인해 시범경기 기간 긴 원정길을 떠나야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 되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LG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 시범경기에 임하면서도 4승 2패로 선전 중이다. 양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시범경기를 통해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크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시범경기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가 9위였던 만큼, 꾸준히 이기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우리에게는 중요하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LG는 시범경기를 통해 새로운 마무리투수와 정규시즌 초반 오지환을 대신할 유격수, 주전 2루수, 그리고 이병규(7번)·임훈 외에 주전 외야수 한 명을 결정하려고 한다. 양 감독은 “내부 경쟁구도가 확실하게 형성되면서 선수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 아무래도 예전보다 목표의식이 뚜렷해진 게 아닌가 싶다”며 악조건 속에서도 정규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알렸다. /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