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군단’ KGC, 부상과 불운에 울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3.17 06: 10

김승기 감독의 첫 시즌은 4강에서 마무리됐다. 
안양 KGC는 13일 오후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전주 KCC에게 92-113으로 대패를 당했다. 1승 3패로 탈락한 KGC는 4강에서 올 시즌을 마감했다.
▲ 시작도 하기 전에 꼬여버린 시즌 

KGC는 비시즌 야심차게 명장 전창진 감독을 영입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이를 하나로 묶는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던 KGC다. 프로농구 대표명장의 영입에 팬들이 큰 기대를 걸었다. 
시작부터 꼬였다. 전 감독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아 경찰조사를 받았다. 전 감독 사건은 프로농구계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커졌다. 선장 잃은 배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김승기 수석코치가 선수들을 이끌고 전 감독의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팀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가 길어지며 시즌 개막을 앞두고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선수들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KGC는 김승기 감독대행 체재로 시즌을 시작했다. 
외국선수 선발도 꼬였다. 선수들이 원한 찰스 로드와 계약을 맺은 것까지 좋았다. 하지만 프랭크 로빈슨이 대만대표팀과의 경기서 무릎을 크게 다쳤다. 로빈슨은 개막도 하기 전에 시즌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빨리 다친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KGC는 캔자스대학 출신의 수준급 슈터 마리오 리틀을 영입했다. 마리오는 3점슛 1/23으로 시즌을 시작하며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한국무대 적응을 마친 그는 폭발적인 3점슛을 보여주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기둥 오세근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중앙대시절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오세근과 전성현은 무기한 출전금지를 당했다. 오세근은 뼈저리게 반성하며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팀 훈련에 합류하지 못해 몸이 무거웠다. 고질적인 발목부상 등도 그를 괴롭혔다. 결국 오세근은 20경기 징계를 끝낸 뒤 팀에 합류했다. 전성현은 정규시즌 자체를 뛰지 못했다. 
오세근이 없는 동안 KGC는 8승 8패로 시즌을 시작하며 흔들렸다. 오세근 합류로 KGC는 8연승을 구가하며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에이스로 성장한 국가대표 이정현, ‘보물’ 김기윤 
KGC의 가장 큰 소득은 국가대표 슈터로 성장한 이정현이다. KGC의 화려한 멤버들 사이에서 이정현은 유독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2015 아시아남자선수권을 앞두고 이정현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정현은 연일 고득점을 올리며 한층 실력이 좋아졌다. 
이정현이 국가대표에 차출된 1라운드는 위기였다. KGC는 3승 5패로 시즌을 시작하며 흔들렸다. 화려한 멤버에 비해 성적이 나지 않는다는 위기론이 대두됐다. 이정현은 10월 7일 복귀전에서 개인최다 33득점을 폭발시키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승부처에서 터지는 이정현의 폭발적인 3점슛과 속공은 프로농구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이정현은 올 시즌 평균 13.6점, 3점슛 35.4%를 기록하며 주득점원으로 성장했다. 이제 이정현이 없는 KGC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팀의 중심이 됐다.  
올 시즌 기량이 가장 발전한 선수는 김기윤을 꼽을 수 있다. 경복고 시절 김기윤은 청소년대표팀 주전가드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연세대 진학 후 ‘곱상하게 농구한다’, ‘부상이 잦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그는 고학년에 주전자리서 밀리며 평가가 급락한다.  
김승기 감독의 혹독한 조련 하에 2년 차 김기윤은 다시 태어났다. 프로농구의 거친 몸싸움을 즐길 줄 아는 선수가 됐다. 장기인 3점슛은 프로농구 최정상으로 올라섰다. 올 시즌 김기윤은 평균 8.1점, 3점슛 43%, 2.8어시스트, 0.9스틸을 기록했다. 그는 20점 이상 고득점을 올린 경기도 세 번이나 된다.  
김승기 감독은 상대에 따라 수비가 좋은 박찬희, 슛이 좋은 김기윤을 전략적으로 번갈아 기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포인트가드가 귀한 프로농구다. 수준급 가드가 많은 KGC는 다른 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기윤은 강력한 기량발전상 후보였지만 허웅에게 자리를 내줬다. 선수들은 그의 실력을 다들 인정하고 있다. 
▲ 화려한 공격농구 그리고 부상 
KGC는 2라운드 7승 3패, 3라운드 7승 1패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3위까지 치고 올라간 KGC는 모비스와 오리온을 위협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찰스 로드가 여동생 장례식 참석 차 미국으로 자리를 비운 것. 외국선수 한 명으로 버티기는 어려웠다. 결국 KGC는 4라운드 3승 6패로 주춤하며 흔들렸다. 
부상도 잦았다. 박찬희는 국가대표 차출기간 손가락을 다쳤다. 시즌을 치르며 주장 양희종의 목 부상, 강병현의 부상, 오세근의 발부상 등이 이어졌다.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많지만, 100% 전력으로 싸웠던 경기는 많지 않다. 김승기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니 부분이다. 
결국 KGC는 30승 24패, 4위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으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상대로 접전을 펼쳤으나 3승 1패로 4강에 진출했다. 이정현의 득점력과 찰스 로드의 지배력이 나쁘지 않았다. 정규리그서 1승 5패로 뒤진 KCC와 한 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KGC는 1승 3패로 탈락했다. 안드레 에밋은 평균 33.9점을 폭격했다. 3차전 발목을 다친 오세근이 4차전 빠지자 하승진의 높이를 감당할 선수가 없었다. 안양에서 KCC의 정규리그 우승을 지켜보며 칼을 갈았던 KGC다. 하지만 복수는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KGC는 또 한 번 홈에서 KCC의 챔프전 진출을 허용했다.    
▲ KGC는 아직 100%를 보여주지 않았다 
KGC는 선수 복이 많은 팀이다. 이정현, 양희종, 강병현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오세근, 박찬희, 문성곤 등 1순위 지명선수만 3명이다. 대형신인 문성곤은 올 시즌 자신이 가진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승을 노리는 KGC는 문성곤을 키울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비시즌은 다르다. 김승기 감독은 혹독한 여름을 예고하고 있다. 슈터 전성현도 마찬가지. 
김승기 감독은 “정말 최악의 조건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잘했다면 더 좋은 성적이 났을 것이다. 내년에 더 단단한 팀이 되도록 잘 만들겠다. 어린 선수들이 큰 게임을 뛰었다.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