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人] '천재 테란' 이윤열, "인류 위해 알파고와 싸울 준비됐다"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6.03.16 10: 07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스카이넷이 핵전쟁으로 인류를 멸망에 가까운 결과로 내모는 순간이나 미국 CWTV서 방영하는 '원헌드레드'에서 인공지능이 핵전쟁을 일으켜 지구의 인간을 전멸시킨다는 내용이 다시 떠오를 정도로 온 몸에 소름이 절로 돋았다. 
세기의 대결이라 불렸던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보면서 인간의 위대함과 함께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이제 신의 영역을 넘보지는 않을까라는 걱정과 기대가 섞여서 말이다. 결과는 1승 4패로 이세돌 9단이 내줬지만 전세계는 이번 대결을 앞다퉈어 대서특필하면서 주목했다. 
지난 2014년 4억 파운드(약 6905억 원)를 들여 제작된 알파고 알고리즘은 1202개의 CPU(중앙처리장치)와 176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로 무장된 슈퍼 컴퓨터. 바둑의 최강자를 꺾은 알파고의 다음 목표는 바로 스타크래프트1이다. 

'황제' 임요환, '폭풍' 홍진호, '천재' 이윤열 '최종병기' 이영호 등 스타1 시대를 아울렀던 강자들이 알파고와 맞대결서 승리를 자신하는 가운데 OSEN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5국이 열렸던 지난 15일 합정동 본사에서 '천재테란' 이윤열을 만나 알파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해 제대한 이윤열은 결혼과 함께 아프리카TV BJ와 유투브 제작자로 제2의 e스포츠 인생을 걷고 있다. 지금은 e스포츠 현역생활에서 한 발 떨어져있지만 최초 단일대회 3회 연속 우승과 전성기 시절 유일무이한 단일시즌 3대 개인리그를 모두 휩쓸고, 스타리그 첫 3회 우승으로 골든마우스를 최초로 거머쥔 그는 알파고의 적수로 커리어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스타1과 스타2 초창기 개척자의 모습으로 살아있는 레전드 다운 족적을 남겼고, 이제는 자신의 새로운 꿈을 향해 하루하루를 달려가고 있다. 
알파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바둑은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기원을 자주 드나들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니 아버지를 따라 기원을 다녔던 기억이 절로 떠오르더라. 승부의 세계를 즐기는 바둑의 영향을 받아 나도 스타를 시작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5국이 열리기 직전 진행된 인터뷰. 이세돌 9단이 3국을 내리지고 4국을 이기면서 1-3이기는 했지만 알파고의 강력함과 대단함을 인정하는 분위기의 말이 오고 갔다. 
"알파고를 보면서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점점 발전하게 되면 영화처럼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아마 이번 대결을 계기로 사회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타고난 승부사답게 목소리를 높여 알파고가 다음 대결 상대로 지목한 스타크래프트라면 자신이 나서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실제로 붙는다면 반드시 꺾어줘야 할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는 지능+피지컬+컨트롤이다. 스타1과 스타2 두 종목에서 스타1을 선택한다면 게임 자체적인 인공지능이 좋은 스타2보다는 사람이 더 유리하기는 할거다. 스타2는 유닛들의 딜레이 반응도 스타1에 비해 월등하게 좋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스타1이라면 충분히 사람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어 그는 화이트해커와 해커의 관점으로 알파고와 인간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비유했다. "대결이 성사된다면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승부가 갈리겠지만 분명 허점은 있을 것이다. 도전하는 사람쪽이 알파고의 약점을 파고든다면 결코 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의 수를 기다리는 바둑과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스타크래프트는 분명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알파고가 인간이 만든 것 아닌가."
스타크래프트를 소재로 한 만화를 예를 들면서 자신이 인류의 대표로 나서고 싶다는 각오로 다시 한 번 알파고와 대결 의지를 강조했다. 
"알파고같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붙는 스타크래프트 소재의 만화가 있었다. 인류의 운명을 걸고 붙는 만화였다. 누가 선택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꺼이 인류를 위해 알파고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scrapper@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